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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남동구, 마치 한적한 지방 소도시에 온 듯한 정취가 느껴지는 인천 외곽길을 내달리면 통유리와 자작나무를 이용한 세련된 2층짜리 건물이 눈에 띈다. '산너머남촌'이라는 간판을 단 이 음식점은 외형은 그럴싸한 이탈리안 파스타집을 연상케 하지만 강원도 토속 음식을 취급하는 한정식집이다. 지난 3일 오후 5시 무렵 이곳을 찾았을 당시 다소 이른 저녁임에도 연인, 가족 단위 고객들이 건강한 밥상을 즐기고 있었다. 식당 한 켠 2층에 자리한 집무실에서 이 한정식 프랜차이즈를 이끌고 있는 박종철(32·사진)대표를 만났다. 2007년 7월 산너머남촌 인천 본점 문을 열고 13개 매장(직영 2개·위탁경영 1개·가맹점 10개)을 운영하기까지 7년, '자연의 먹거리로 건강과 행복까지 생각한다'는 소신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는 열정 가득한 젊은 사업가였다.
7년 전 당시 서울 시내 한 사립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던 20대의 박 대표는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처음으로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산너머남촌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만든 이는 박 대표의 아버지 박성배 씨다. 창업주 박성배 회장이 강원도 영월에 머물던 시절, 이곳 토박이인 박 대표의 어머니 유재희 씨와 만나면서 강원도 토속음식점은 시작됐다. 1992년 4월 '영월보쌈'을 오픈한 이후 10여 년간 외식업에 몸담은 박 회장은 호기로운 도전을 꿈꾸게 된다. 산너머남촌이라는 타이틀로 강원도 토속 음식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 강원도 음식 대중화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겠다는 것. 당시 그의 나이는 65세. 건강마저 좋지 못해 혼자 힘으로 새 도전을 현실화하기에 힘이 부쳤던 박 회장은 아들(박종철 대표)과 함께 새 꿈을 이뤄내기로 했다. 부자 간 의기투합은 그렇게 시작됐다.
CJ·이랜드 등 대기업 역시 앞다퉈 한정식에 손을 뻗고 있는 지금, 중소 프랜차이즈 브랜드로서 박 대표가 걸어가야 할 길이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박 대표는 "대기업의 콘셉트가 한식이라면 산너머남촌은 '강원도'라는 지역에 방점을 찍은 게 차별화"라며 "강원도에서 나는 청정 식자재로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소비자의 탄탄한 신뢰를 얻는 핵심 성공 노하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자신감엔 산너머남촌만의 몇 가지 특화된 장점이 자리하고 있다. 하나는 강원도 토속 음식점을 표방한 만큼 강원도 농민과 상생하는 동행 모델을 제시했다는 데 있다. 박 대표는 "산너머남촌은 첫 문을 열 때부터 강원도 영월에서 재배하는 곤드레, 인재군 용대리의 황태, 홍천의 수라쌀, 평창 감자 등 강원도 지역 농민과 관청 등과 협력해 상생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며 "올 하반기 강원도청과 MOU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강원도 식자재 지도'도 만들어 소비자에게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심어 줄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강점은 저가격·고품질이다. 영월정식·동강정식 두 가지 메뉴의 가격은 각각 9,900원, 1만3,900원이다. 싱싱한 재료로 만든 풍성한 찬거리로 배불리 먹을 수 있음은 물론 식사 후 별도 카페 공간에서 메밀차·커피 등 음료까지 무료로 즐길 수 있어 30·40대 주부 사이에서 최적의 모임장소로 꼽히고 있다는 평이다. 박 대표는 오는 10월 인천본점에 '평창정식' 메뉴를 추가로 출시해 소비자 반응을 살핀 후, 내년 1월 중 전 매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산너머남촌만의 독자적인 물류 시스템도 강점이다. 자체식품공장(CK·Central Kitchen)을 통해 70% 이상 조리한 식재를 역시 자체 물류시스템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일반 한정식에 비해 식자재 가격의 변동리스크가 매우 낮으며, 이를 통해 점주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식사를 할 수 있다"며 "70% 이상 조리한 식재이기에 전문 조리인력 없이도 본사 교육 시스템에 따라 15일만 배우면 초보자라도 누구든 조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5년 내 수도권 및 광역도시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세워 산너머남촌을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그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와 맞물려 강원도 문화 혹은 좁게는 강원도 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질 거라 기대한다"며 "이 같은 트렌드는 강원도 토속음식점을 표방한 산너머남촌이 규모를 키우는 데 상당한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