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출신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학생 10명중 5명 정도는 우리 회사 장학생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습니다.”
LG칼텍스정유는 최근 10년 가량 기업이 지역사회에 어떻게 봉사할 수 있을 것인지를 화두삼아 기업경영을 해온 대표적인 회사다.
지난 1996년부터 여수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장학사업은 올해로 만 8년째를 맞았으며, 이 기간동안 LG정유가 음으로 양으로 지원 보낸 학생수는 무려 3,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들어간 돈도 30여억원.
명영식 LG정유 여수고장 사장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수지타산을 생각하면 장학사업을 할 수 없습니다. LG정유가 펼치는 사업은 말 그대로 그저 이웃해 있는 지역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고 강조했다.
◇이웃과의 정(情), 기업활동의 또 다른 목적= 지난 가을 LG칼텍스정유의 주유소를 찾았던 사람들은 주유소 한 켠에 놓여있던 재활용품 기증함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재활용함은 이 회사가 `아름다운 가게`를 돕기 위해 지난 8월11일부터 10월 말까지 서울 및 수도권 50여 LG정유 주유소에서 펼친 운동의 증거물이다. 주유고객과 지역 주민들이 기증한 옷, 신발, 도서, 유아용품, 소형가전 등 쓰지 않는 물품을 싼값에 되팔아 얻은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했다.
LG정유는 올들어 조용하게 자원봉사단을 하나 발족시켰다. 최근 수년동안 수해, 장마, 폭풍 피해가 끊임없이 간헐적으로 이어지자 복구활동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서다. 총 100여 명으로 이루어진 이 봉사단은 비상시 재난구호 및 봉사활동을 수행하며, 평상시엔 여타 자원봉사 단체나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지역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LG정유의 사회공헌활동은 대부분 지역사회에 집중돼 있습니다. 주력공장이 위치한 여수의 경우 여천공단 내 입주사들과 연계하여 여천공단장학회를 설립했습니다. 또 여수시가 범시민운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여수시 인재육성 장학회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 사회봉사단원의 말이다. LG정유는 이 뿐 아니라 여수주변 해양환경과 수산자원을 보고하기 위한 자연보호 활동과 장애인 복지센터, 경로당 설립 등을 지원하고 있다. 여력이 닫는다면 지역사회의 문화유적지나 공공시설물에 대한 환경정화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UNEP 한국위원회와 함께 여수시 주요 해안지역에서 `2003 LG칼텍스정유 - UNEP 여수청정해역 캠페인`도 펼쳤다. 당시 캠페인에는 그린 패릴리 여수지부 봉사단 및 여수지역 청소년, 대학생들로 구성된 지역환경봉사단 150여 명이 함께 참여해 인근 해변가 및 해수욕장에 방치된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여수지역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벌였다.
◇정도(正道)경영이 바탕= “임직원 비리 제보해주세요.” LG정유는 지난 9월 홈페이지 내에 `정도경영 제보 라인`이라는 사이트(ethics.lgcaltex.co.kr)를 개설했다. 임직원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협력회사와 고객의 제보를 받기 위해 개설한 이 사이트는 LG정유뿐 아니라 LG정유의 자회사인 LG파워, LG에너지, 해양도시가스, 서라벌도시가스 등 모두 5개 회사와 관련된 사안을 제보할 수 있도록 했다.
“신뢰받는 기업,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내부 비리부터 척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내부 견제 및 감시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정도경영 제보라인을 신설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 것입니다.”
김명환 LG정유 업무ㆍ홍보부문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회사의 의지가 반영된 탓인지 제보 유형이 임직원의 부당한 업무처리, 임직원의 직무태만과 불법행위, 금품과 향응 요구 및 제공에서 이해관계자와의 부당한 거래(공동투자-금전대차), 성희롱 등 풍기문란행위, 기타 LG정유 윤리규범 위배 행위 등에까지 이르고 있다. 사실상 모든 비리유형을 망라한 것.
접수된 제보는 기본적으로 해당부서에서 조사가 시작되지만 사안의 중요성이나 필요에 따라서는 회장 직보 조직인 경영진단실이 직접 나선다. 제보내용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면 담당 부서는 처리 결과를 제보자와 경영진단실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경영진단실은 제보자에게 처리내역에 대한 만족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경영진단실의 한 관계자는 “사이트 개설 초기부터 한 달에 10여건 이상의 제보가 접수돼 활기를 띠었다”면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임직원들이 비리 오해소지가 있는 일들은 사전에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도경영 비결은 임직원 자발적 참여
LG정유의 정도경영은 사후 감시시스템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솔선수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LG정유는 지난 94년부터 윤리경영을 위해 `윤리규범` 및 `윤리규범 실천규정`을 제정, 시행해 왔으며 공정문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윤리경영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허동수 회장이 주도가 된 LG칼텍스정유 윤리경영운동은 2001년 2월 회사의 CFO인 나완배 부사장을 자율준수관리자(Corporate Compliance Officer)로 선임하여 윤리경영을 위한 자율준수프로그램(Corporate Compliance Program)의 체계를 구축토록 하였다. 이와 함께 자율준수프로그램의 근간이 되는 행위준칙(Business Conduct Policy)과 자율준수업무규정을 제정하여, 윤리경영에 대한 회사의 방침을 더욱 공고히 했다.
“윤리경영의 원칙이 마련된 후 매년 자율준수프로그램의 이해, 공정거래, 성희롱예방의 3개 교육과정을 개발해 모든 임직원이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고있습니다. 최근엔 주요 교육내용을 담은 자율준수편람을 제작, 배포해 임직원들이 일상업무에 참고하도록 했습니다.”(나완배 부사장)
21세기 초일류 기업을 향한 LG칼텍스정유의 쾌속항진에는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과 기업윤리에 대한 철저한 의식이 양대 기둥처럼 탄탄하게 받치고 있었다.
지역경제 지킴이 답게 사회에 이익환원 압장■ LG칼텍스정유 여수공장
2003년 여수는 슬펐지만 동시에 기뻤다.
공단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41)씨는 “올해 여수는 되는 일이 없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한 해에 쏟아지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을 정도다.
그 동안 공들인 세계박람회 유치가 실패로 끝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태풍 `매미`가 지역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떠났다. 뒤이어 10월에는 지역사회의 자립 기반인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호남석유화학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1명의 근로자가 숨지고 6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슬픔이 컸던 만큼 희망도 있었다. 특히 여수산단 최대기업(부지 100만평)이며 지난 69년 최초 입주기업인 LG칼텍스정유에 거는 지역민들의 기대는 대단했다. 변신을 거듭하며 세계 일류에너지 기업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LG정유는 지역사회의 든든한 지킴이 역할도 도맡고 있었다.
최근 LG정유는 파라자일렌(PX) 연산 35만톤, 벤젠 38만톤의 생산설비를 증설, 단일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방향족 계열제품 생산체제를 갖췄다. 휘발유 등 정유제품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됨에 따라 석유화학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공장 동쪽 끝 편에 위치한 3호기가 지난 3월말부터 PX와 벤젠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오는 PX는 인근 삼남석유화학 등 PTA 공장으로 옮겨지고 PTA는 다시 화학섬유인 폴리에스터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원유를 정제해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나프타와 각종 석유제품을 여수산단 내 타업체들에 공급하고 있으니 LG정유는 지역경제의 젖줄인 셈이다.
여수시민들의 LG정유 사랑은 단순히 LG정유가 여수산단의 맏형으로서 공단의 근간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땅과 인력 등 인프라를 제공해준 지역에 회사도 수 십년 째 이익환원을 위해 각종 사회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인근 섬인 묘도주민들에게 LG정유는 마을 발전기금으로 연간 2,000만원을 계속 지원하고 있으며 불우이웃 성금, 어린이환경글쓰기 대회 등을 개최하며 매년 20억원 이상을 지역사회 발전에 쓰고 있다.
노승대 LG정유 여수공장 업무팀장은 “대부분의 근로자가 이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데다 회사차원에서 지역발전에 높은 관심을 쏟고 있어 지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