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01 세계경제]세계기업 구조조정 러시

"군살빼라" 생존위한 몸부림‘혹독한 감량( WORK OUT)으로 뼈만 앙상히’ 영국의 경제 전문 이코노미스트지가 올 한해 전세계 기업들의 구조조정 실태를 표현한 말이다. 전세계 기업들은 올 한해 미국의 테러 사태여파와 세계 동시불황이라는 ‘파고(波高)’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그야말로 ‘생사를 건’ 구조조정 작업을 펼쳤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수요가 급감, 실적악화가 불가피해지자 감원, 생산설비 폐기 등 갖가지 생존 수단이 동원된 것. 이같은 구조조정의 바람은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IT(정보기술)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전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D램 가격은 올 초보다 90%가까이 하락했다. 이에 따라 생존을 위협 받게 된 반도체 업계가 선택한 돌파구는 업체간의 합병과 전략적 제휴. 그 결과 한때 28개사에 달했던 D램 생산업체수는 최근 14개사로 줄었다. 또 현재 반도체 업계의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한국의 하이닉스 반도체가 전략적 제휴 추진하는 등 반도체 업체들의 짝짓기 행렬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일본의 NEC와 히타치의 합병,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일본 도시바의 미국 D램 공장 인수 등이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세계 하이테크 산업의 ‘메카’라 불리는 실리콘 밸리에도 구조조정의 매서운 바람은 어김없이 몰아쳤다. 올 초 IT분야의 거품이 꺼지면서 실리콘 밸리에서는 하루 평균 300여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인수 합병된 회사도 1,100개에 이른다. 9.11테러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의 항공업계 역시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세계 1,2위를 자랑하는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테러 직후 각각 2만명의 감원을 발표했다. 컨티넨탈항공과 유에스 에어 항공도 각각 만여명의 직원을 줄였으며 항공기 제작회사인 보잉사 역시 상용기 부문에서만 3만명의 감원을 선언했다. 항공기를 이용한 자살테러사건으로 승객수가 현격히 감소, 기업 도산의 위기에 맞닥뜨린 업체들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조치다. 이와 관련, 미 항공업계는 올 한해 70억달러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종신고용제'는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 일본의 상장기업 82개사가 추진중인 일본 내 인원 삭감 규모는 12만명. 심지어 창사이래 전통적으로 종신고용제를 고수해온 마쓰시타 역시 대규모 감원을 실시, 일본경제의 위기를 실감케 했다. 이처럼 일본에서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이루게 된 데는 무엇보다 일본 수출전선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 왔던 전기전자업체들의 실적악화가 큰 몫을 맡았다. 지난해 1조 4,500억엔의 흑자를 기록했던 일본의 전자업계는 올해 7,700억엔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업체들의 구조조정에는 비용절감과 기술 교류를 위한 기업들의 제휴 합병도 빠지지 않았다. 올 초 NEC와 차세대 휴대폰, 히타치와 냉장고, 세탁기 등 디지털 부문에서 제휴키로 한 마쓰시타는 지난 9월 도시바와 액정 크리스털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제휴를 선언했다. 소니도 휴대폰 부문에서 스웨덴의 에릭슨과 공조키로 하는 등 생존을 위한 ‘적과의 동침’은 내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윤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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