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구조조정 대상기업들의 금융계열사 자금흐름에 대한 특별감시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이 계열사 지원을 위해 회사채를 편법으로 인수한 정황이 포착됐다.
금융 당국은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이 같은 편법지원이 재발할 우려가 높다고 보고 대기업 집단에 속한 증권·보험·저축은행 등 각종 금융계열사에 대한 상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당국은 이와 더불어 이달 재무구조개선(구조조정) 약정 체결 대상기업을 선정할 때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그룹의 경우 비재무평가 부문에서 감점을 줄 방침이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이 부실 징후 대기업의 계열 증권사들을 상대로 특별점검을 시행한 가운데 A증권이 규정을 초과해 철강과 건설 등 제조업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인수한 사실을 포착했다.
지난해 10월 동양사태 여파로 바뀐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 소속 증권사는 계열사의 투기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하지 못하며 계열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를 50% 초과해 인수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 증권사는 그러나 규정을 피하려고 B증권과 공동으로 계열사 회사채를 50%씩 인수한 후 다시 B증권의 회사채를 모두 인수해 사실상 계열사 회사채를 100%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A증권이 계열사 회사채를 모두 인수하기 위해 B증권을 우회적으로 끌어들인 것이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며 "A증권 측은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밝히고 있지만 관련 사항들의 위법 여부가 확정될 경우 제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대증권에 대해서도 회사채 불완전판매 및 계열사 부당지원 여부에 대한 특별점검을 시행했다. 다만 현대증권에서는 특별한 불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기등급의 회사채를 팔거나 계열사를 불법지원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이나 보험 등에서도 계열사 부당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상시 감시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 그룹 계열의 저축은행을 밀착 감시하고 다른 대기업 집단이 소유한 저축은행과 보험회사들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감시체제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 같은 감시체제 강화와 함께 이달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기업을 선정할 때 계열사 부당지원행위 등을 비재무평가 감점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지난해 말 마련된 채권단과 금융 당국의 주채무계열 비재무평가방식은 △지배구조 위험 △산업·재무항목 특수성 △영업추이·전망 △해외·금융계열사 상황 △우발채무 위험 △재무적 융통성 △기타 등 7개 평가항목으로 나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계열사를 통한 부당지원은 그룹의 지배구조 위험 부문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