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은행장의 후임 인선작업이 시작되기 1∼2개월 전까지만 해도 은행 안팎에서는 '무미건조한 게임'이 될 것으로 보았다. 민영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무리 없이 은행을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금융당국에서조차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달 중순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후보들 간의 상호 비방이 시작됐고 특히 연임이 유력하던 이순우 행장은 집중 표적이 됐다. 그러면서 구도는 점차 '알 수 없다'는 쪽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은행과 정부당국이 후보들을 압축한 결과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행장추진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당국이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한 인물은 3명. 이 행장과 한일은행 출신의 부행장 2명(이동건 수석부행장, 정화영 부행장)이었다.
이 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인 만큼 만일 행장을 바꿀 경우 '한일 출신'이 맡는 것이 맞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는 직원 내부의 전반적인 기류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인선상황은 청와대로 가면서 전혀 딴판으로 흘러갔다. 지난 15일께부터 3명에 포함되지 않았던 상업은행 출신의 이광구(57) 부행장이 급부상하기 시작한 것.
아예 "이 행장과 이 부행장 간 대결구도로 좁혀졌다"는 말이 파다하게 나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청와대 인선과정에서 이 부행장이 포함됐고 21일 낮에는 당초 후보들을 제치고 이 부행장이 1순위에 오르고 이 행장이 2순위로 밀렸다는 말이 나왔다.
인선 막판이 되면서 이 부행장 가능성이 도리어 높아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세간에는 "'서금회(서강대 금융인회)'의 파워가 세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차기 행장 후보로 급부상한 이 부행장은 충남 천안 출생으로 서강대를 나와 상업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비서실과 전략담당경영기획본부장, 개인고객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이 행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불려왔다.
이 부행장이 속한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 출신들 인사로 구성돼 현 정부 출범 이후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유력 인사들이 줄지어 대선 캠프에 합류했고 곧이어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등을 줄지어 배출했다. 지금은 모 저축은행에 몸담고 있는 A씨가 실무 연락 책임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