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다시 닻 올린 우리은행 민영화

공자위 13일 전체회의… 매각 방식 머리 맞댄다
"지분 20~30% 쪼개 먼저 매각 유력"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로 발 묶일땐
주인찾기 또 늦어져 가치 훼손 우려

금융당국의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오는 13일 전체회의를 개최해 구체적인 매각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우리은행 지분 51% 중 20~30%의 지분을 시장에 먼저 분할매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자칫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민영화 원칙에 발이 묶일 경우 우리은행 주인 찾기가 마냥 늦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가 13일 열릴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수요 조사 결과를 위원들에게 알리고 매각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라며 "다만 추가 검토할 사항이 있어 시기가 다소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공자위는 이날 회의에서 일부 지분을 남기고 20~30%의 지분을 쪼개 다수의 투자자에게 우선 매각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매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요조사 과정에서 국내외의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소수 지분 매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만큼 일부 지분 매각은 가능할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주당 9,000원~1만원선에 주식을 매각하면 공적자금 투입 원가인 주당 1만3,500원에는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공적자금 손실 논란이 불거질 우려도 있다. 그래서 정부가 20~30%의 지분은 남겨놓고 앞으로 주가가 오르면 그때 매각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에 팔아도 일부는 남겨놓고 민영화를 통해 경영 개선 효과가 나서 주가가 올라가면 나중에 잔여지분을 좀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며 "주당 1만3,500원보다 지금은 싸게 팔더라도 나중에 비싸게 팔아서 평균적으로 공적자금의 원금 정도는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신속한 과점주주 매각이 최종 결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적자금 손실을 이유로 주가 회복을 기다리자는 반대 의견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담당 공무원들이 향후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보신주의적 태도를 견지할 경우 매각은 마냥 늦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금융전문가들은 더 이상 매각을 늦추는 것은 기업가치만 더욱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현재 4조7,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의 이자만 매년 1,000억원이 발생하고 있다. 박경서 기업기배구조연구원장은 "좋은 주주, 나쁜 주주를 까다롭게 고르다가 또 매각에 실패하는 것보다는 꼭 필요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과감하게 지분 매각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부가 은행을 소유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은행은 망가진다"며 "어떠한 방식이든 무조건 빨리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금융공무원도 "민영화 3대 원칙을 모두 지키려다가 결국 주가가 반 토막 났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과연 얼마나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공개석상에서 자주 "금융위원장직을 걸고 매각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분할매각안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임종룡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적절한 매수자가 없으면 매각 시기를 다시 볼 수 있다"고 말해 상황에 따라 연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태핑(수요조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과연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는 "우리은행 측에서 얼마 전 찾아와 (우리은행의) 소수 지분을 인수할 생각이 있느냐고 막연하게 묻는 방식으로 수요조사를 했다"며 "과연 민영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앞으로 우리은행에 대한 경영 간섭을 어떻게 차단하고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선뜻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사모펀드 관계자는 "절차나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 의향을 타진해왔다"며 "'매각안이 나오면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얘기밖에 대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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