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모험… 21세기 서광 비친다”/동남아서 한국건설 위력… 미·일과 「어깨대결」 당당히/차·유화플랜트공사도 기술력 인정… 주문·수주 물밀듯/서유럽국선 시장개척 고전불구 “머지않아 회복” 전망/주재원 가족들 언어자녀교육문제 정부 지원 아쉬워세계화의 기치를 내걸고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세계화현장은 한마디로 「도전과 모험」의 시험대다. 현지진출기업의 대부분이 문화적 이질감으로 아직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어려움을 딛고 한국의 이미지를 현지에 심으며 성공 가능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세계화의 현장」 시리즈 취재차 대우·LG그룹에 이어 삼성·현대·선경그룹 해외공장을 방문했던 취재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국내기업이 현지에서 겪는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정부의 지원사항 등을 종합점검해 본다.<편집자주>
□방담 참석자
유석기 정경부 차장
안순권 국제부 기자
이세정 정경부 기자
이용웅 문화부 기자
연성주 사회부 기자
남문현 산업2부기자
이재권 산업1부기자
채수종 산업1부기자
이용택 산업1부기자
정두환 사회부 기자
임석훈 증권부 기자
사회=박원배 산업1부 기자
최근 엔저와 고임금 등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국내기업의 세계화는 「계획」이 아닌 「현실」문제로 되고 있습니다. 본지의「세계화의 현장」시리즈가 국내 각 기업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도 이같은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이 시리즈는 대우·LG그룹 현지공장에 대한 1차취재에 이어 삼성·현대·선경 등 3개그룹에 대한 취재도 마무리됐습니다.
그동안 이들 기업의 세계화현장을 취재하며 겪었던 어려웠던 일, 오지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의 생활상 등 현지에서 느꼈던 문제점과 기업인들의 노력등 기사로 못 다 쓴 뒷얘기를 정리해보고 문제점과 개선방향, 그리고 국내기업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중국에 있는 삼성과 현대의 현지공장들을 취재했습니다. 그 곳에서는 한마디로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주재원의 자녀교육은 그 한 예입니다. 5∼7세 어린이를 둔 주재원들의 경우 중국유치원에 보내면 「모택동찬가」 등 이념교육을 많이 시켜 당혹스러운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유치원생들은 판단력이 없고 감수성이 예민해 우리직원 자녀들만의 특별한 교육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중국은 관과의 관계설정이 중요한데 삼성은 천진에 프로축구팀을 운영하고 있고 대련 시장은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의 생일파티를 대련에서 열어주겠다는 의견을 피력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현대는 이를 토대로 대련에 현대타운을, 삼성은 천진에 삼성타운을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더군요.
동남아지역에서는 국내 건설업체들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건설선진국이라는 일본이나 미국 등의 업체들과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삼성이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건설한 콸라룸푸르씨티센터(KLCC)빌딩은 높이가 무려 4백46m로 세계 최고층(미국 시어즈타워 4백43m)으로 현지에서도 세계 건축사에 한 획을 긋는 건물로 평가되고 있었습니다. 세계화의 성공적 사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건설이 방글라데시에 건설중인 자무나대교도 그 규모가 엄청나더군요. 강폭이 무려 10㎞에 이르다 보니 웬만큼 맑은 날씨가 아니고서는 강 너머쪽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땅이 퇴적층이어서 지반이 약하고 토목공사에 필수적인 자갈이 나지 않는 등 여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일본 기업들조차 혀를 내둘렀던 난공사였답니다.
서유럽지역에 진출한 기업들은 상당히 고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지역에 진출한 대부분 기업들은 문화적인 차이와 유럽 경기침체 등으로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어요. 그러나 각 기업들이 시장개척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만큼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는 것을 보니 전망이 매우 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자리잡고 있는 선경의 SKC유럽법인은 지난 10년간 자체 브랜드를 고집하며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인상적이었어요.
현대중공업의 벨기에 공장도 유럽시장 침체로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고있지만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접목하는데는 큰 성과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벨기에 딜러인 한스다산씨는 아들을 다른 현지기업을 마다한 채 현대에 입사시켰다는 것을 자랑하더군요. 현지인을 관리자로 채용하는 현대의 현지문화 이해와 인센티브제, 발전가능성이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의 헝가리법인은 현지화의 모델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공동물류시스템을 구축해 삼성전관, 삼성전기가 부품을 서유럽에서 생산해 이곳에 갖다놓으면 삼성전자가 들여다 사용하는 형태였어요. 헝가리법인이 필요한 물량의 70%를 이같은 방법으로 조달한다고 합니다. 최적의 글로벌소싱을 하고있는 셈이지요.
현지화에 성공한 케이스로는 선경인더스트리의 인도네시아공장도 소개할만합니다. 이 공장은 초기에는 게으른 현지인들의 국민성으로 생산교육등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지인들을 관리자로 대거 발탁하면서 한국식경영방식을 이식해 지금은 종업원들의 결근율이 거의 없어졌다고 합니다. 이 공장은 앞으로 공장장 등 핵심간부 등을 현지인으로 채용한다는 장기계획을 갖고 있어 근로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이제 세계생산대수 5위라는 양적인 면 뿐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1세기 최고 유망지역으로 떠오르는 인도시장에서 총투자 규모가 1조원 가까운 대규모 자동차공장을 건설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자동차산업이 정말 국제화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현지 주정부로부터 단 3주만에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사실에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현대 특유의 뚝심과 함께 우리의 규제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선경건설이 태국 맙타풋공단내에 건립중인 ATC공장 건설현장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뛰어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간 64만톤 규모의 석유화학제품생산 시설을 건립하는 이 공사는 특히 자본과 전체적인 기술력에서 선진 건설업체들에 비해 열세인 우리 건설업계가 택해야 할 전략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경이 그동안 국내외에서 특화해 쌓아올린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소한 유화플랜트 공사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세계화의 현장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현지주재원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고생을 한다는 것입니다. 상오 8시부터 밤 10시까지 강행군 하고 있는 곳도 많더군요. 또 자녀교육문제와 언어문제 등으로 주재원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삼성의 영국 윈야드복합단지 준공식때 엘리자베드여왕이 참석할 정도로 외국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유치도 감명을 받았습니다. 국내기업의 세계화를 위해 정부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정리=이용택·정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