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바그다드 함락으로 이라크전이 사실상 종료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라크 내에서 대량살상무기(WMD)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1일 미국이 WMD 전담 수색팀을 내달 이라크에서 철수시킬 것이라고 보도해 WMD 발견 희망이 사라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이라크전 명분과 목적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혹과 비난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미국이 국제적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이 이라크의 WMD 보유 의혹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11일 2,600명에 달하는 미국 수색팀이 지금까지 의혹시설 110곳을 조사했지만 WMD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라크전은 거짓말의 기초 위에서 수행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이라크 WMD 개발의 핵심 고위 관계자들이 상당수 미군에 체포됐거나 항복했음에도 미국이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하지 못한 점을 강조했다. WMD가 이라크전 개전 당시 이미 존재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지는 특히 WMD 수색이 불발로 끝날 경우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9ㆍ11 테러 이후 신설한 정보기관인 특별계획처(OSP)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에 직보하는 OSP는 지금까지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까지 무시하며 이라크전 관련 정보를 취급해 강경파의 정보채널 역할을 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5월19일자)는 WMD 발견이 지체됨에 따라 미국이 초조하고 당혹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뉴스위크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WMD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수색팀의 말을 인용해 결론은 유보했다.
미국 수색팀은 이라크의 WMD 보유를 부인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있다. 900곳에 이르는 WMD 관련 의혹시설 중 지금까지 100여 곳을 조사하는 데 그쳤을 뿐 아니라 일부 시설은 전쟁 중 폭격에 의해 파괴됐거나 주민에 의해 약탈됐다는 설명이다.
수색팀은 한 술 더 떠 “긴급한 과제는 WMD 발견보다는 약탈된 WMD 물질이 테러조직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초점을 흐리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엔 무기사찰단의 한 전직 요원은 약탈 물질의 확산을 운운하는 것은 미국의 책임회피라고 반박했다. WMD 확산 방지는 미국의 전쟁 목적이었는데 전쟁으로 인해 오히려 WMD가 확산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12일 이라크의 WMD 보유 여부는 일부 증거가 파괴됐거나 명확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WMD 발견 실패는 이라크전이 처음부터 근거 없이 수행된 것을 증명한다며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은 미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의 필요에 따라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배연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