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성급한 이란 제재

원유를 무기로 사용한다는 생각은 지난 1973년의 원유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하룻밤 만에 원유가격은 네 배나 뛰었고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원유 대량 소비국들은 원유 수입을 위해 줄을 서고 기다려야 했다. 원유 수도꼭지를 잠그자 산업화된 세계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후 국제사회는 국제에너지청(IEA)를 설립해 이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원유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원유 소비국들이 제재의 희생자들보다 더 공격적인 행태를 보였다. 지난 75년 동안 원유 소비국들은 생산자들보다 더 빈번하게 외교적 혹은 전쟁의 수단으로 원유 수출 제재 조치를 내려왔다. 특히 미국의 경우가 그렇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전에는 일본에, 1960년대에는 구 소련에도 이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또 지난 20년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ㆍ미얀마ㆍ세르비아ㆍ아이티ㆍ리비아ㆍ이라크ㆍ이란ㆍ수단 등에 대해서도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최근 이러한 경향이 늘고 있다. 올해 유럽 국가들은 리비아와 시리아의 원유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로 이들 독재정권을 압박했다. 유럽연합(EU)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이란의 원유 수출 제재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제재안을 검토하고 있다. 1973년 첫 원유파동이 발생한 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미국ㆍ영국ㆍ독일ㆍ일본 등 주요 원유 수입국들은 원유 거래에서 정치성을 배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1980년대 초반 이후 원유 수출국들과 수입국들 사이가 항상 원만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경제적인 측면을 중시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제 정치적 상황이 여기에 개입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과 EU는 그들의 결정에 대해 도덕적 근거를 들어 정당화한다. 그들은 이 같은 조치에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나 리비아와 같은 독재정권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리비아의 경우에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미국은 1987년부터 이란에 제재를 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처럼 정치적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전세계 에너지 시장과 경제에 끼칠 영향은 명확하다. 이는 정상적인 무역 거래 흐름을 왜곡하고 원유 가격을 크게 올릴 것이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를 내리기에 앞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