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1969년 인터넷 탄생 이후 독점하고 있던 인터넷 주소 관리 권한을 내년 10월 내려놓는다. 46년 만이다. 그러나 중국 등 신흥국이 주장하는 정부 간 기구가 아닌 국제인터넷주소기구(ICANN)가 주도하는 글로벌 다자기구라는 단서를 달았다. 인터넷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과 뺏으려는 중국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가통신정보청(NTIA)은 지난 14일(현지시간) "1999년 ICANN에 위탁했던 인터넷 도메인 이름 관리 기능을 글로벌 다자기구에 이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CANN은 인터넷의 핵심 인프라인 IP주소와 DNS(도메인 이름 시스템) 서버의 통제권을 위임 받았고 계약은 내년 9월30일까지다.
로런스 스트리클링 미국 상무부 통신·정보담당 차관보는 "ICANN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갖춰진 지금이 변화의 적기"라며 "ICANN이 새로운 글로벌 인터넷 거버넌스 모델을 만들어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 간 기구는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스트리클링 차관보는 "새 모델은 반드시 인터넷 사용자, 정부 그리고 기업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인터넷의 개방성을 유지하면서 보안과 안정성 그리고 지속성을 꼭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1997년 DNS 관리 권한을 민간에 이양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정부가 무차별적인 인터넷 감시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자 당초 일정보다 3년가량 앞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