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노믹스 인수위서도 엇박자

조세특례 줄이자는데 한쪽에선 "늘리자"
명확한 거시·재정정책 없어
경제1·2분과 손발 안 맞아


"한쪽에서는 열심히 조세특례를 줄이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열심히 새로운 조세특례를 만들고 있네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소식에 밝은 정부와 여당 소식통이 전한 최근 풍경이다.

주인공은 인수위의 경제1ㆍ2분과.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이 총괄하는 경제1분과는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특례를 대대적으로 축소ㆍ폐지하느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수장을 맡은 경제2분과는 수시로 기업을 돕자며 세금감면 아이디어를 발의하니 손발이 안 맞는 형국이다.

소통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1분과는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건물에, 2분과는 서울 창성동 정부별관에 위치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두 수장은 거의 매일 오전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통해 의견을 교환한다.

문제는 두 분과의 역량이 아니라 이른바 '근혜노믹스'의 큰 방향설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근혜노믹스의 줄거리는 불필요한 세금감면을 줄여서 마련한 자금으로 중소기업ㆍ서민도 살리겠다는 것. 논리적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이를 실무적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세금감면 항목 대부분이 중소기업과 서민 지원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소기업 지원을 임무로 하는 2분과는 연일 세금감면 확대를, 근혜노믹스용 재원마련 방안을 짜야 하는 1분과는 세금감면 축소를 주장하는 일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두 분과의 엇박자는 두 분과 간 갈등이 아니라 근혜노믹스가 근본적으로 모순을 안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지금 박 당선인의 정책을 보면 나랏돈이 새는 것을 막겠다는 정책수단만 뚜렷할 뿐 어떤 거시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에는 '7ㆍ4ㆍ7' 등으로 대표되는 성장 중심의 거시정책 방향이 뚜렷해 인수위 당시 분과별로 일관성 있는 정책입안이 가능했다"며 새 정부의 정책적 일관성이 부족함을 아쉬워했다.

학계는 박 당선인이 경직된 재정정책의 틀에 갇히면서 동시에 경기부양을 주장하다가는 과거 미국 부시 정부와 같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1980년대 미국은 부양에 나서려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감세정책으로 재정적자가 늘자 연간 재정적자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면 초과 예산은 무조건 삭감하는 이른바 예산통제법(그램루드만홀링스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미국은 결국 이 법안의 무리하고 경직된 재정삭감 목표를 지키는 데 실패했고 경기회복에도 악영향을 받았다. 오히려 경기회복과 재정적자 탈출을 실현한 것은 과감하고 유연한 재정ㆍ거시정책을 폈던 빌 클린턴 정부였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차기 정부 참여자들은 그램루드만홀링스법의 실패 교훈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약 이행 원칙에 과도하게 몰입해 거시ㆍ재정정책에 족쇄를 채우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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