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포스트 브릭스 잡아라"

印·러 등 성장 둔화 따라 중동·阿·중남미로 눈돌려
신시장 공략 전략짜기 착수… 판매망·생산기지 진출 고려


“브릭스서의 성공을 중동ㆍ아프리카ㆍ동남아에서”

현대ㆍ기아차가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 전략 수립에 본격 착수한다. 중국을 제외한 브라질ㆍ인도ㆍ러시아의 자동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중동ㆍ아프리카ㆍ중남미ㆍ동남아시아 등 신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다.

28일 현대ㆍ기아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포스트 브릭스 전략을 어떻게 짤지 최근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이는 앞으로 현대ㆍ기아차 세계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중국과 인도ㆍ브라질ㆍ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자동차 수요 폭발에 세계 완성차 업체 중 가장 잘 대응했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세계 5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 4개국 중 중국만이 굳건할 뿐 나머지 세 나라의 경제환경은 전망이 어둡다. 이 때문에 브릭스 이후를 대비하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게 현대ㆍ기아차 측의 판단이다.

현대ㆍ기아차의 포스트 브릭스 전략에는 중동ㆍ아프리카ㆍ동남아ㆍ중남미에 대한 판매망 및 서비스망 추가 구축, 투입 차종 확대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생산기지 진출까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포스트 브릭스 지역은 단기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러시아와 브라질ㆍ인도는 내년 이후 경제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세 나라 소재 공장에서 생산한 차종을 다른 지역으로 반출해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새로운 시장에 대한 단기 전략을 세우는 것도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예상한 올해 세계 주요 지역별 자동차 판매 전망치에 따르면 러시아와 인도가 전년 대비 각각 4.6%, 8.2% 감소하고 브라질만이 0.2%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세안 국가의 자동차 판매는 올해 5.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멕시코와 중남미는 각각 7.3%, 5.4% 늘 것으로 보인다. 중동 판매는 1.5% 줄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곳은 값비싼 대형차가 많이 팔리는 시장이어서 이익률 면에서는 무시할 수 없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과 러시아ㆍ브라질ㆍ인도를 묶어 브릭스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중국은 별도의 시장으로 보고 세계 전략을 세우는 것이 보편적”이라면서 “앞으로는 중국과 포스트 브릭스가 세계 수요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미국 GM 역시 중국 상하이에 있는 해외사업 부문 총괄본부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중국 사업은 독립 운영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싱가포르로의 본부 이전은 중동과 아프리카ㆍ동남아 등을 공략하는 데 보다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미국과 유럽ㆍ일본 업체들도 중국 자동차 시장 추가 진출의 문이 사실상 닫힘에 따라 앞으로의 성장이 예상되는 곳을 선제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전개해나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해외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브릭스에서의 성공을 기타 신시장에서도 이어나가기 위해 다양한 사내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