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증권시장의 통합을 앞두고 인사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벌써부터일고 있다.
증권거래소 노조측은 최근 코스닥위원회가 직원 32명을 대거 승진시키자 ‘약속위반’을 내세워 이의제기를 하고 나섰다. 거래소 노조측은 증시통합과 관련된 4개 기관 노조간에 구두 합의한 대로 통합 전에는 자체 승진비율을 10% 내외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스닥위원회 노조측은 그 같은 합의를 한 적이 없을 뿐더러 승진대상자들에 대해 정기인사를 한 것을 이제와서 되돌릴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사태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양 노조가 더 이상의 대응을 자제하면서 공방전은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그러나 이 때문에 그동안 노조 간에 진행돼오던 통합관련 논의는 전면 중단됐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앞으로도 언제든지 재발할 소지가 있다는 데 있다.
과거를 돌아볼 때 조직통합 이후 내부마찰 때문에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반감되는 사례는 숱하게 있어왔다.
농협중앙회의 경우 지난 2000년 축협을 흡수한 뒤에도 농협노조와 축협노조간에 직급 단일화와 임금조정을 놓고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한동안 계속 됐다. 이들 두 노조는 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통합을 하지 못한 채 ‘한지 붕 두살림’을 하고 있다.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은행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2년말 서울은행을 합병한 하나은행은 아직도 임금체계의 단일화가 안된 상태에서 두 노조가 ‘딴 살림’을 하고 있다. 2001년 11월 주택은행과 합병한 국민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노조원간의 갈등이 존재하고 단체 교섭도 이 중으로 이뤄지는 상태에서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증권시장을 통합하려는 것은 거래기능을 한곳에 집중시켜 비용을 줄이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도 하기 전에 조 직원간의 갈등으로 날을 지샌다면 ‘우리 증권시장을 세계 10대 현물거래소로 육성한다’는 정부의 청사진은 빛이 바랠 가능성이 크다.
개인투자자들의 이탈로 가뜩이나 증시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주식 거래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통합거래소마저 내분에 휩싸인다면 동북아 금융 허브 전략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통합거래소가 금융권의 전철을 밟지않으려면 조직원간의 화학적 융합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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