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泰成(언론인)IMF사태 이후 지금까지 1년내내 우리는 우리 자신을 혹독하게 꾸짖어왔다. 우리 잘못을 우리 자신의 손으로 까발기는 작업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까발겨진 잘못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도 매우 강도 높게, 때로는 인정사정없이 추진되고 있다. 구조조정 혹은 개혁이 그런 일들이다.
외국의 이른바 전문가들도 IMF사태 직후엔 우리를 꾸짖는 대열에 가세했었다. 심지어 한국은, 또 아시아는 끝장났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지난 1년동안 우리는 낙담과 비관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최근엔 한국의 미래를 밝게 보는 소리가 자주 들려오고 있다. 구조조정도 분떼있게 잘 해내고 있다고 칭찬해준다. 경제회복의 시기가 멀지않다고 전망해주기도 한다. 주로 외국의 전문가들이 그런 말을 들려준다. 자책과 개혁에 여념이 없는 우리로서는 이런 외국의 칭찬이 얼른 믿기지 않는다. 낙제생 앞에 우등상장이 내밀어진 기분이다. 그래서 국내의 전문가들은 이런 외국의 칭찬을 믿어서는 안된다고 거꾸로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 전망 자체가 확실치도 않을뿐더러 지금은 개혁의 고삐를 늦출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긴, 고생이 끝나가고 있는것인지 아니면 허리띠를 졸라매어 더 고생해야되는지 어느쪽 전망이 맞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어차피 경제는 상대평가가 아닌가. 다른 경쟁국의 부실 덕에 우리 처지가 나아질수도 있고 또 잘살기 위해 다 노력한다 하더라도 그 성과가 평균해서 다른 나라보다 우리 것이 크다면 우리경제는 살아날 수 있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우리국민 우리기업 우리정부의 평균점은 최우등은 아닐지라도 상위권에 속하는 것은 틀림없다. 더러 잘못을 범하기는 하지만 우리 국민처럼 부지런하고 우리기업처럼 열성적이며 우리정부처럼 과감한 정부가 어디 그리 흔한가. 그래서 단기적인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못살 까닭, 우리 경제가 다시 일어서지 못할 까닭은 없다.
물론 잘못을 개혁않고 낙천주의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경제를 절대평가의 잣대로만 재단하려는 것도 옳지않다. 절대평가에 기준한 완전주의를 지나치게 추구하다보면 우선 몸이 상하고 남아나는 것이 없게 될뿐 아니라 실망과 체념이 우리를 지배하기 쉽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