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아시아권 내 위상이 점차 추락하고 있다.
한국HPㆍ한국IBMㆍ한국오라클ㆍ한국MS 등 내로라하는 국내 글로벌기업들은 중국시장의 무한대 팽창 앞에서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낄 정도로 위축되고 있다.
그동안 아시아권 내에서 국내 글로벌기업들은 시장과 기술 측면에서 일본 진출 글로벌기업들에 이어 ‘둘째 형님’ 대접을 받아왔으나 중국 IT시장의 급팽창으로 이제는 본사 및 아시아태평양(AP) 지역 차원에서도 그 ‘대접’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송년모임에서 만난 한 글로벌기업의 고위 임원은 “내년이면 중국지사의 매출이 한국지사를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AP에서 (한국지사에 대한) 발언권이나 본사의 배려 역시 한 단계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글로벌업체의 임원 역시 “본사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때가 많다”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지만 씁쓸할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글로벌 IT기업들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주요 육성지역이나 국가를 설정해 투자와 함께 특별한 관심을 쏟아붓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에서 기술은 일본에, 시장은 중국에 밀려나면서 점차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30~40년 전부터 국내에 진출해 현재 연간 수천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거대 글로벌기업들도 그동안 한국에서 개최하고는 했던 각종 컨퍼런스나 행사를 상당 부분 이미 중국의 상하이 등에 양보(?)한 지 오래다.
더구나 올 한해 토종기업과 마찬가지로 글로벌기업들도 경기침체 등으로 썩 좋은 성적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년 국내 경기전망 역시 글로벌기업들은 내부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3.5% 가량으로 잡을 정도로 토종업체들 못지않게 더욱 큰 근심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시장의 부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큰 흐름이다. 그러나 마냥 ‘규모의 경제’ 논리에 빠져 있기보다는 틈새 시장이나 원천기술의 확보 등을 통해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한국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글로벌기업의 푸념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또 다른 사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