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소수민족부상, 히스패닉을 잡아라”

`히스패닉(Hispanic)을 잡아라` 최근 미 센서스국이 흑인을 제치고 중남미계(Latino), 즉 히스패닉이 미국 내 최대 소수민족으로 부상한 것을 공식 발표한 사실을 계기로 전 세계 기업들의 히스패닉계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기업에게 인구수 증가는 곧 매출과 직결되는 `구매력(Buying Power)`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 실제 히스패닉은 최근 들어 미 경제 성장률을 훨씬 상회하는 구매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여타 소수민족에 비해 과시적인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어 미국 기업들은 물론 미국내 다국적 기업들의 가장 공격적 타깃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또 히스패닉의 부상을 `미 역사상 하나의 전환점`으로도 보고 있다. 즉 미국 역사는 더 이상 흑백의 상호 작용만은 아니며, 특히 경제에서 히스패닉은 새로운 화두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히스패닉, 미국 내 최대 소수민족 부상=`1847년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에서 미국에 패해 눈물을 머금고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멕시코를 내준 히스패닉이 150년 만에 고토(故土)를 되찾고 있다` 이는 지난달 21일 히스패닉이 흑인을 제치고 미국 내 최대 소수민족으로 떠올랐다는 미 센서스국 발표와 함께 회자돼 온 말. 센서스국에 따르면 지난 2001년 7월 현재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총 3,700만명으로 3,610만명인 흑인을 제쳤다. 인구 점유율의 경우 경우 히스패닉은 12.6%의 흑인보다 0.4%포인트 많은 13%에 달하고 있다. 히스패닉은 지난 2000년 4월 조사 때만 해도 인구 점유율이 12.5%로 12.6%인 흑인에 뒤지고 있었으나 15개월 만에 이 순서가 역전된 것.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히스패닉은 오는 2010년 5,600만명, 2020년엔 전체 인구의 20%인 8,000만명으로 늘어난 뒤 2050년이면 전체 인구의 25%인 1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구매력=경제학에서 인구수는 종종 구매력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즉 `인구수=구매력`이다. 히스패닉이 미국 내 최대 소수민족으로 부상한 것을 재계에서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인구수와 구매력 사이에 이 같은 상관관계 때문. 히스패닉 경제 전문 연구기관인 히스패닉 텔리전스(Hispanic Telligence)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1년 4,997억 달러였던 미국 내 히스패닉의 구매력은 2002년 5,400억 달러로 급신장했다. 1년 사이 8%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이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최근 수년간 3% 내외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폭의 성장이다. 히스패닉 텔리전스는 이 같은 히스패닉 구매력 성장의 원인을 인구 증가와 가계소득 증가에서 찾고 있다. 실제 지난해 히스패닉의 가구 당 평균소득은 전년에 비해 4.7% 늘었으며, 특히 워싱턴 DC 지역의 히스패닉 가구 소득은 평균 5만6,500달러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 교육수준 향상, 히스패닉 출신의 기업가 증가도 히스패닉의 구매력 향상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히스패닉 공략 키워드는 `문화`=미국 내 히스패닉의 공략 키워드는 `문화`라는 게 기업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즉 히스패닉은 언어(스페인어), 종교(카톨릭), 소비습관(과시욕) 등 문화적 코드가 상품 판매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내 히스패닉 가운데 영어만 사용하는 인구는 전체의 12%에 불과하며, 70% 이상은 지금도 가정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영어보다는 스페인어로 제작된 TV 광고에 대해 더 높은 호감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미국 자동차 메이커인 크라이슬러는 지난 99년부터 스페인어로 된 광고를 제작ㆍ방영해 오고 있으며, 미국 내 자동차 업체들은 소수민족을 타깃으로 한 광고 편성을 위해 올해 총 2억1,000만 달러의 광고비를 지출할 계획이다. 히스패닉은 또 전통적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있는 카톨릭을 신봉, 인구 증가율이 4.7%로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현재 피라미드형으로 나이가 어려질수록 수적으로 많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3~12세 히스패닉 어린이의 경우 현재 미국 어린이 전체의 43%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 이 같은 연령 분포의 특성을 감안하면 완구 등 어린이를 겨냥한 제품이 타깃 상품이 될 수 있다. 특히 히스패닉은 과시적인 소비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작은 것 보다는 큰 것, 무난한 미색 보다는 튀는 빨강이나 노랑 등의 원색이 더 잘 먹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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