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국인 워홀러들에 ‘돈세탁 범죄’ 주의보

호주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의 한국인 참가자(워홀러)들이 돈세탁 범죄에 연루돼 체포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4일 시드니 한국 총영사관과 호주한인변호사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워홀러들이 돈세탁에 연루돼 체포된 사례만도 벌써 1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중의 불이익을 우려해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일이 많아 정확한 집계는 못하지만 체포된 워홀러는 현재 알려진 것보다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총영사관이나 협회 모두 올해 적발된 사람 수는 예년에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는 숫자라고 입을 모았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3∼4개월 동안 돈세탁 연루 혐의로 갇혔다며 소속 변호사들에게 변호를 의뢰하거나 문의한 경우만 10건 정도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문의 자체도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호주의 경기침체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워홀러들이 범죄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상황인데다 호주 경찰이 집중 단속에 들어가면서 체포되는 일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체포된 워홀러 대부분은 한인들이 모이는 사이트에 들렀다가 “조만간 돌아갈 분” 혹은 “간단한 아르바이트” 등의 문구를 보고 상대와 접촉했다가 범죄에 휘말리고 있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워홀러들로서는 대가를 제시하며 계좌를 빌려달라는 상대의 요구를 이상하다고 느끼기는 하지만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설마 적발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않다가 낭패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총영사관은 어떤 경우에도 개인 계좌는 다른 이에게 제공하지 말 것과 쉬운 아르바이트나 비자 등을 미끼로 개인 계좌정보를 요구하는 사람을 조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잘 모르는 사람과의 공동명의 통장 개설을 피하고 자신의 계좌로 낯선 이의 돈을 이체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협회 소속 한 변호사는 “돈을 쉽게 벌 수 있고 잠깐 있다가 갈 거라는 안이한 생각에 범죄에 말려들고 있다”며 “하지만 적발되면 여권을 압수당하고 판결이 날 때까지 1년이상 갇힐 수 있는 등 결과는 매우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미디어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