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포철 인수땐 ‘세계1위 기업’ 부상/삼미포철인천 스테인리스부문 경합철강산업 구조조정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포항제철과 동국제강이 인수의사를 선언하면서 한보철강의 새주인찾기 작업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과 채권은행단간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들어 성사에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포철동국 컨소시엄외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삼미특수강의 강판사업을 놓고 포철과 인천제철이 인수경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기아특수강 역시 법정관리 절차를 거쳐 제3자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산업 구조조정의 시작을 올해 1월의 한보철강 부도로 보면, 1년도 채 안돼 내로라하는 철강기업들이 잇달아 쓰러지고 새주인찾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한보철강과 삼미특수강 등의 제3자인수가 성사되면 철강시장의 영역간 장벽이 빠르게 무너지면서 철강산업 구도가 상당부분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철과 동국제강의 한보철강 인수가 성사되면 고로(용광로)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온 포철은 미니밀 분야로 본격적으로 발을 뻗게 되고 동국제강은 열연강판 사업에 새로 참여해 포철과 경쟁하게 된다.
포철은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B지구를 인수할 경우 단번에 신일본제철을 제치고 세계 1위 철강업체로 부상, 향후 10년간 흔들림없는 아성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국제강이 당진제철소 A지구의 주인이 되면 「철강제품의 꽃」인 핫코일(열연강판)을 생산하게 된다. 조강능력 역시 현재의 2백50만톤에서 5백50만톤으로 늘어 업계 5위에서 단번에 포철에 이은 2위로 뛰어 오른다. 특히 동국은 계열사로 냉연 전문업체인 연합철강을 보유하고 있어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으로 이어지는 판재류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포철과 동국이 『2조원 이상은 절대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채권은행단 역시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회사정리절차가 개시되는 연말께나 협상무드가 형성될 조짐이다.
채권은행단 일각에서는 『포철과 동국이 2조원을 끝내 고집한다면 다른 인수기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최근 일관제철사업 재추진에 나선 현대그룹을 의식한 것. 삼미와 기아특수강의 경영권 변동은 20년 가까이 전문기업(삼미·기아)의 고유영역이던 특수강 업종이 완전 개방되는 결과를 낳게 돼 앞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업계는 삼미특수강의 향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미는 올해초 포철에 봉강·강관사업을 넘긴 뒤 스테인리스 강판만 생산하다 부도를 냈는데 포철 컨소시엄(포철·세아제강·동부제강)과 인천제철이 스테인리스 강판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미의 봉강·강관사업이 지난 93년이후 3년간 2천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강판사업은 지난해의 경우 4천2백억원의 매출과 3백3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었으며 올해도 3백50억원 가량의 이익을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삼미를 인수하는 기업은 스테인리스 강판 부문에서 단번에 제왕의 자리에 오른다. 따라서 포철과 인천은 양보할 수 없는 한판승부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삼미특수강의 스테인리스 강판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말 기준 37%(18만7천톤). 인천제철은 10만톤으로 20.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인천제철이 삼미를 인수할 경우 점유율이 57.5%에 달하게 된다. 연간 3만5천톤을 생산, 점유율 7%를 기록하고 있는 포철은 삼미를 인수하면 점유율 44%를 자랑하게 된다.<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