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동산시장 냉각 조짐

내년 경기회복 걸림돌 우려세계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 부동산 시장이 꺾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주식시장 불황 등 전반적인 침체기 속에서 유일하게 개인 소비를 뒷받침해오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둔화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전세계 소비 지출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16일 보도했다. 특히 선진국들의 국내총생산(GDP)중 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규모가 61%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소비 지출 둔화는 내년 전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주택가격 하락세, 거품붕괴 조짐인가=최근 수년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온 영국, 미국, 아시아 등 주요국들의 주택 상승세가 둔화, 또는 하락하고 있다. 93년 이후 무서운 기세로 치솟던 영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최근 하락추세에 접어들었다. 지난 11월 주택가격 상승률은 전월대비 1.4%를 기록, 전달의 4.7%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률 역시 지난 분기에 전분기보다 낮은 6.2%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2001년 1분기 9.1%의 높은 상승률에 비해 저조한 기록이다. 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들의 부동산 시장 역시 '냉각 기류'가 확연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 아시아지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최근 몇 년동안 활황세를 기록했던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내리막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한국의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내년 서울의 주택 가격이 10%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급 주택시장 더 큰 타격=부동산 시장의 침체 조짐은 고급 주택 시장에서 더욱 뚜렷하다. 영국의 경우 올해 100만 파운드(약 158만 달러)가 넘는 고급 주택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5%가량 하락했다. 500만 파운드 이상의 초호화 주택 가격은 10%나 떨어졌다. 프랑스도 마찬가지. 고급 주택들이 모여 있는 파리의 주택 가격은 올해 1분기 7%의 상승률을 기록, 지난해(9%)와 2000년(10%)에 비해 상승세가 둔화됐다. ◇소비 지출 '악영향' 불가피=이 같은 주택시장 침체로 그나마 유지돼온 소비 지출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HSBC증권사의 랜 모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은 특히 중산층들의 가장 중요한 소득 수단"이라며 "평균적인 자산보유 현황을 볼 때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주식보다 훨씬 더 높다"고 설명했다. 전 미연방제도준비위 임원인 슈왑 캐피털 마켓의 수석 경제자문 릴 캠리역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 경우 소비를 자극할만한 마땅한 수단을 찾기가 어렵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소비 지출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혜경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