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선고] "헌법수호 불가피한 결정"vs"민주주의 후퇴"

■ 시민 반응
생중계에 쏠린 눈

19일 오전 서울역에 모인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관련한 TV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명령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찬반으로 갈렸다. 아무리 사상의 자유가 보장돼도 헌법 테두리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판결로 "후련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전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게 정부기관이 직접 개입한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부를 수 있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으로 엇갈렸다. 통진당 해산 결정을 놓고 좌우 이념대립이 더 격렬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왔다. 온라인상에는 단순 찬반을 넘어 민주주의의 발전이냐 퇴보냐를 놓고 뜨거운 격론도 벌어졌다.

직장인 임모(41)씨는 TV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실시간 헌재 결정을 지켜보는 등 관심을 나타냈다. 임씨는 "통진당의 당론이 너무 북한을 추종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해왔는데 헌재 결정으로 더 명확해진 것 같다"며 "정당활동도 좋지만 법의 테두리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진당이 국민 전체의 혈세를 받으면서도 여론의 갈등만 유발해왔다며 헌재 결정을 반기는 이도 있었다. 대구 동구 봉무동에 사는 김모(30)씨는 "많은 시민들은 단합을 원하고 있는데 통진당은 국민 세금을 받으면서도 안정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국가 전복을 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라면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본다"고 지지했다.

충남 천안의 곽모(30)씨는 "국가의 안보와 안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 아니냐"고 말했다. 진보정당의 활동을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입장도 나왔다. 인터넷 카페 '여기는 안평맘'의 한 네티즌은 "개인 사상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통진당은 일심회 사건, 왕재산 사건처럼 끊임없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사건들에 연루돼온 것을 봤을 때 지켜줄 필요가 없다"며 헌재 입장에 찬성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북한을 찬양하고 옹호하는 집단에 국민의 세금까지 줘가며 유지시키는 건 아니라고 본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시민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무시하고 파괴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헌법으로 지켜줘야 할 필요가 없다"며 "통진당은 이미 정당이라기보다는 이적단체"라고 반감을 드러냈다.

헌재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강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권준용(28)씨는 "정당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인데 국가가 정당 전체를 해산시키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헌재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모(28)씨는 "통진당은 충분히 시대착오적인 정당이기에 시민들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퇴출당할 수 있었고 이것이 민주주의적 절차"라며 "하지만 국가가 나서서 더 시대착오적인 방식으로 이들을 퇴출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통진당은 이제 순교자 코스프레를 하게 생겼다"며 헌재의 개입을 강하게 비난했다.

헌재 결정을 반대하는 측은 헌재 재판관 중 8명이나 정당해산에 무게를 실어줬다는 것에 대해서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학생은 "정당 해산의 옳고 그름을 차지하고 재판관 6대3 정도로 정당해산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8대1로 나와 혼란스러웠다"며 "내가 법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인지 재판관들이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의 조모(30)씨는 "국가가 이제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까지 옥죄기 시작한다"고 날을 세웠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사법의 흑역사"라며 "헌재냐 인민재판이냐"라며 다소 거칠게 비판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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