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銀, 지속적 개혁통해 리딩뱅크 도약
[2001 이렇게 승부건다]한미은행
'베스트 리딩 뱅크(Best Leading Bank)'.
한미은행이 21세기를 열며 내세운 비전이다. 더 이상 '작고 우량한 은행'이라는 과거 이미지에 머물지 않겠다는 야심찬 선언이다. 한미은행의 거창한 목표 뒤에는 올해 국내 금융업에 몰아닥칠 거센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신동혁 한미은행장은 요즘 직원들에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베스트셀러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신 행장은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도태될 수 밖에 없으며, 오히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 대응할 때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를 선도하라"고 강조한다. 한미은행의 올해 전략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클린 뱅크'에 중점=한미은행은 지난해 4,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경영을 잘못해서 낸 적자가 아니다. 두 걸음을 전진하기 위해 한 걸음을 후퇴했다.
한미은행은 지난해 11월 칼라일 컨소시엄으로부터 5,500억원의 자본을 유치, 고정이하여신에 대해 100% 충당금을 쌓았다. 부실 위험이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한미은행은 이제 100% 깨끗해진 '클린 뱅크'를 바탕으로 올해 3,5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계획이다. BIS 비율도 10%이상으로 올리고,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도 각각 32.80%, 1.26%로 높이기로 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 이내로 줄여 건전성도 선진은행 수준으로 높인다.
신 행장은 "올해 경영목표는 '클린 굿뱅크'"라며 "수익성과 건전성 위주의 경영, 주주가치 극대화, 조직역량 강화와 지속적인 개혁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 등 전략적 제휴 관심=한미은행은 지난해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현재 대주주인 칼라일 컨소시엄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그러나 합병은 완전히 물건너간 것은 아니다. 한미은행은 올해도 다른 은행과의 합병 등을 포함해 다양한 전략적 제휴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행장은 "국내 금융시장은 작은 은행이 독자 생존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말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스스로 몸집을 불려 커지든지, 다른 은행과 합병해 커지는 방법밖에 없다.
한미은행으로서는 후자가 유력해 보인다. 칼라일 컨소시엄도 외국은행과의 합병 등 다양한 조합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은행은 우선 새로운 주주와 함께 내부 조직 역량을 강화한 뒤 다시 합병 테이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상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