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질병관리 '구멍'

"강제출국 당할라" 진료기피…실태파악조차 못해국내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의 상당수가 성병이나 결핵 등 전염성 질병에 시달리고 있지만 당국의 관리는 허술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5만~6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체류자들은 강제출국을 우려해 신분이 노출되는 각종 질병검사나 진료를 기피하는 바람에 정부는 이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체류중인 외국인노동자 5,184명에 대한 질병검사 결과 에이즈 8명, 결핵 28명, 성병 98명, 간염 70명, 당뇨 17명, 기타질병 132명 등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명의 에이즈환자 중 6명은 강제출국 조치됐으나 2명은 아직도 추적 중에 있어 외국인 노동자의 질병관리에 대한 정부 시스템의 허술함을 노출했다. 게다가 지난해 검진을 받은 5,184명은 도내 전체 외국인노동자의 10% 정도에 불과한데다 그 대상도 전문기술인력과 연수취업자, 산업연수생 등 합법 체류자들이 대부분이어서 검진을 받지 않은 불법체류자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특히 이들이 앓고 있는 질병이 전염성이 강한데다 불법체류자들 대부분이 강제출국을 피하기 위해 자가치료를 하고 있어 질병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사고 있다. 이상민 '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 사무국장은 "넘쳐 나는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의료지원은 거의 전무한 상태"라며 "한국생활에 인생을 걸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신분이 드러나는 일반병원의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이처럼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방역당국은 정규의료기관을 기피하는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의 질병에 대한 정확한 통계 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또 경기도가 뒤늦게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 강화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현장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경기도는 39개 시군 보건소를 통해 관내 외국인 노동자 고용업체에 대한 순회진료를 실시하고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회'협력의료기관을 현재 433개소에서 600여개로 확대하며 전국 지자체중에서는 처음으로 약품도 직접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한 업주와 외국인 근로자 모두가 강제출국을 우려해 신원이 노출되는 정상진료를 기피하고 있어 도의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일부 기업주들은 일과 시간 중 의료행위가 생산성을 저하시킬 것으로 보고 순회진료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외국인노동자의 질병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 거주 외국인노동자는 25만9,000여명으로 이 가운데 64%인 16만6,000여명이 불법체류자인 미등록노동자로 추정되고 있다. 김진호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