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CJ E&M은 중국 전체 시청률 10위권에 드는 대형 위성 방송사 '후베이웨이싱'과 손잡고 '슈퍼스타K'의 중국판 격인 '슈퍼스타 차이나'를 공동 제작했다. 7월 첫 전파를 탄 '슈퍼스타 차이나'는 첫 방송에서만 평균 1.39%(중국 시청률 조사기관 CMS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통상 중국에서 인기 콘텐츠의 시청률이 1%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안착이라 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은 '공동 제작'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뤄진 '맞춤 현지화'전략. 단지 프로그램 형식(포맷)을 수출하고 끝난 것이 아니라 '슈퍼스타K'를 연출한 국내 PD가 현지 제작에 관여하며 중국 제작진에게 수년간의 제작 노하우를 전했다.
한류의 물결이 인지 어느덧 10여년.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완성품의 수출에만 의존해서는 길을 찾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만의 콘텐츠 형식(포맷)과 제작 노하우를 수출하고 그것을 현지 입맛에 맞도록 알맞게 조율해 문화적 이질감을 줄이거나 공동제작을 통해 문화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조언이다. 앞으로는 완성작을 해외로 수출하거나(1단계), 국내 제작진이 단편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2단계) 기존의 글로벌 진출 방식을 넘어 현지 합작을 통한 글로벌 사업(3단계)이 문화·콘텐츠 산업의 신모델이자 한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상반기 중국을 강타한 한중 합작 영화 '이별계약' 역시 이 같은 시도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소재를 기반으로 한국 감독과 제작진이 현지 배우·작가와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영화·방송 외에 초기 한류의 원동력의 된 가요(K팝) 부문에서도 '현지화'를 기치로 두드러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12인조 한중 합작 아이돌 그룹 '엑소'(EXO)가 그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4월 중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데뷔한 엑소는 처음부터 아시아에서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을 내다본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따라 만들어진 그룹이다. 중국 멤버가 대다수라 혐한류·반한류를 잘 피해갈 수 있었고 올해 4월에는 중국 활동을 담당하는 엑소M(중국인 4명+한국인2명)이 중국 유명 음악차트 '음악풍운방'이 주최한 '음악풍운방 연도성전' 시상식에서 올해 최고 인기그룹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현지화와 세계화를 결합한 '글로컬라이제이션'과 '공동 제작' 방식은 한류의 '레벨 업'은 물론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상승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는 묘책이라는 데 콘텐츠 관련 업계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물론 현지화 및 공동제작이 한류 레벨업을 위한 의미 있는 시도가 되기 위해서는 그 접근 방법에서 또한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장세훈 CJ E&M 글로벌사업팀장은 "한국은 중국과의 지리적인 근접성 및 아시아 생활권, 한자 문화권 등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재들이 많고 개발이 용이하다"며 "양국의 민감한 역사나 정치적 화두를 피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미래지향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기획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