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 잰 듯 정교하고 매끈한 것을 보면 세련된 듯한 느낌은 들지만 금방 싫증나기 마련. 투박하면서도 정감이 배여있는 것이 우리네 예술세계의 특징이다. 도예가 변승훈의 20년 예술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개인전 ‘대지의 노래’가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린다. 분청사기의 대가 윤광요의 제자이기도 한 그는 분청의 완벽한 재현과 현대적 변용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지금까지 생활도자기 중심으로 작품을 해 온 그가 이번에는 도예로 오브제를 빚어 분청사기의 색다른 조형세계를 창조했다. 전시는 자연과 마음을 주제로 한 작품 50여 점이 선보인다. 지금까지 작가가 간간이 그려온 회화 이미지를 분청사기로 구워낸 작품에서부터 한지를 덧대고 색칠하고 떼내는 작업을 여러 번 거친 후 구워내 한지의 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작품 등 다양한 분청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흙과 유리와 채색이 어우러져 한 덩어리가 된 ‘나무’ 연작은 불에 의해 자연의 상태로 돌아간 태초의 세계를 그대로 담았다. 그 밖에도 만공스님의 화두인 ‘세계일화(世界一花)’를 모티브로 한 만다라와 다양한 형태의 사각 화병 등이 선보인다. 변승훈씨는 “분청은 단조로운 도예를 벗어나 작가의 예술세계를 표현하기 그만이다”라며 “흙을 만진 지 20여년 만에 하고 싶었던 작품을 세상에 내 놓을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전시는 28일까지 (02)7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