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지난 2월 핵무기의 소형화를 위한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아직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을 장착할 수준은 못된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동북아 지역의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미국ㆍ일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물론 유엔 안보리에서도 즉각 대북제재 논의에 나서고, ‘혈맹’을 자처하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도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동북아 정세를 배경으로 한국ㆍ중국ㆍ일본 3국의 첩보전을 그린 소설이 21일 출간된다. 2007년 ‘슬롯’으로 제 3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신경진(사진ㆍ44) 소설가가 내놓은 세번째 장편소설 ‘중화의 꽃’(문이당).
소설은 현실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북한은 3차 핵실험에 나서고, 중국이 중화 패권주의 야욕을 드러낸다. 제국주의적 성향을 버리지 못한 일본 극우파의 활동도 이에 위협을 느끼며 더욱 대담해진다.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속도감이다. 기본적으로 서스펜스물의 성격에 약간의 무협지와 음모론을 섞은 형태를 유지해, 장르소설 특유의 빠른 장면 전환 및 전형적인 캐릭터 채용으로 극중 상황에 대한 몰입이 빠르다.
한국과 중국ㆍ일본의 초능력자 부대가 전설로 내려오는 ‘중화의 꽃’을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인다. 이들은 거리를 두고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염력과 미래를 보는 예지력, 그리고 ‘창세기의 돌’의 영향으로 강화된 육체를 갖고 있다. 특히 주인공인 한국 국가정보원의 차지수, 중국 종교단체의 위제, 일본 극우집단의 요이치가 만들어내는 아슬아슬한 활극은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중화의 꽃’은 극우ㆍ패권적인 야욕과 ‘핵’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든든한 방패를 의미한다. 여주인공 영원이 가진 강력한 예지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또 동시에 그녀를 차지하면 초인적인 힘을 얻기에 세 나라의 초능력자들은 추적에 혈안이 된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동북아 정세에 대한 작가의 고민도 적잖이 녹아 있다. 그래서 책의 상당 부분을 동북아 지역의 미묘한 공존과 견제를 설명하는 데 할애한다.
하지만 책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작가의 호흡이 침착함을 잃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남자 주인공의 능력은 급격히 강화되고, 반면 ‘중화의 꽃’ 영원은 인형같은 ‘도구’로 전락한다. 거의 ‘초인’ 수준으로 올려놓은 중국의 위제는 막판에 차지수의 ‘한 방’에 날아가고, 권력을 향해 폭주하던 중국 종교단체와 교주도 갑작스레 세계의 평화와 공영으로 귀의하지만 독자가 납득할 만한 인과 관계는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