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가 구제금융으로 갖게 된 씨티그룹 지분 34%를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1주년을 맞아 나온 이 소식은 금융위기가 해소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로 해석된다.
15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미 재무부와 씨티그룹이 지분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구제금융으로 확보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76억9,0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소식통은 향후 6~8개월에 거쳐 재무부 소유 지분을 정리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월가에서는 미 재무부의 씨티그룹 지분 매각을 JP모건ㆍ골드만삭스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자금에 비견되는 일로 보고 있다. JP모건의 TARP 자금 상환이 허용된 후 월가 분위기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 역시 TARP 자금을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오바마 행정부는 “구제금융으로 은행 지분을 소유하게 되더라도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금융시장이 개선되면 매각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은행 국유화 논란을 불식시킨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최근 들어 조심스럽게 7,000억달러의 TARP 자금 회수에 시동을 걸고 있다. 재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시장 안정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TARP 자금 회수는 매우 신중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회사인 ACG의 이사인 스티븐 마이로는 “오바마 행정부가 자금을 회수하더라도 앞으로 상당 기간 금융시장에서의 정부 역할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 재무부와 씨티그룹의 지분매각 논의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때문에 재무부가 어떤 방식으로 보유 지분을 매각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재무부가 일정 지분을 블록세일 형태로 몇몇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또 소규모씩 지속적으로 시장에 풀거나 전체 지분을 한곳에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3대 은행인 씨티그룹은 금융위기 이후 미 정부로부터 모두 52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재무부는 보통주로 전환한 250억달러 외에 270억달러의 채무를 보유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보유 중인 씨티그룹 보통주를 매각할 경우 씨티그룹은 신주 발행 등의 방식으로 잔여 채무를 갚을 것으로 전해졌다.
미 재무부는 보유주식 매각으로 상당한 이익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미 재무부는 씨티그룹에 제공한 2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보통주로 전환한 후 97억7,000만달러의 평가이익을 챙겼다. 씨티그룹의 주가는 전날 4.52달러를 기록, 미 재무부의 전환가격(3.25달러)보다 39% 상승했다.
미 재무부가 보유 중인 씨티그룹 지분을 매각할 경우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비크람 팬디트는 정부 구제금융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목표를 이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