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디자인은 우리 일상의 삶과 가장 가까이 있는 장르로 가장 문화적이고 경제적이며 사회적이어서 가장 대중적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유학 때 서구 문물을 수용한 선각자들에 의해 서구 개념의 공예가 하나의 장르로 인식됐다.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과 '새것'을 중시하는 근대화 과정에서 전통공예와 현대공예가 분리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최근 수공예가 갖는 노동 가치나 공예가 가진 일상성의 예술 미학은 공예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 되고 있다.
오랜 기간의 숙련과 도제를 통해 기술을 연마하고 정신으로까지 승화시킨 장인정신으로 제작된 명품들이 수입되면서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냈던 한국의 장인정신이 주목받게 됐다. 최근엔 공예디자인에서 크래프트맨십(craftsmanship)을 강조하는 추세다. 개별 공방을 통해 활동하는 1인 공예가 및 디자이너들이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규모의 경제에 맞게 변신하는 것이다. 또한 삼삼오오 재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증가와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작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공예를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소명을 가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대중과 만나는 접점을 지속적으로 확장시키는 한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기존의 공예·디자인 인프라 양성 및 저변 확대를 위한 연구, 산업과의 연계를 위한 상품개발과 해외문화 교류, 그리고 유휴 공간을 문화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의 전통공예 디자인을 부흥시키는 탄탄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히 지난 11일부터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는 '공예페스티벌: 온·기(溫技)전'이 공예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공예의 소중함을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