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치는 억새‥秋心도 '출렁'

물결치는 억새‥秋心도 '출렁' 한라산 '윗세오름' 산행로 한라산은 음미하듯 걸어야 한다. 마치 어린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아껴먹듯. 아름다운 산행 길이 영원히 이어지길 기대하며. 만약 이번 가을에 제주로 간다면 해안가 관광지만 돌지 말고 한라산을 들려보자. 소박하나 흐드러지게 피어난 억새, 불타는 듯한 단풍, 끝없이 펼쳐진 초원…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제주 사람들 말대로 “한라산을 오르지 않고서 제주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봄에는 철쭉과 진달래, 여름에는 신록, 가을에는 단풍과 억새, 겨울에는 설경 등 사시사철 절경을 이룬다. 게다가 화산폭발로 형성된 탓에 기생 화산인 오름, 용암계곡, 고산의 평야 등이 육지의 산과는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근에는 북한의 교차방문단이 방문할 예정이라 더 주목을 끌고 있다. 산행 코스는 크게 5가지. 성판악 코스나 관음사 코스는 정상에 오를 수 있으나 왕복 10시간쯤 걸린다. 기상이 악화되면 입산을 통제하므로 사전 확인이 필수이다. 또 당일 산행이 원칙이라 아침 9시 이전까지 매표소에 도착해야 한다. 반면 초보자는 어리목을 통해 윗세오름에 올라 영실로 내려가는 코스가 권할만하다. 백록담을 못 보는 대신 산길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수려하다. 쉬엄쉬엄 돌아봐도 5시간이면 충분하고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 코스이다. 산행 기점은 1100도로 변의 어리목 광장부터. 제주시에서 버스로 20분이면 도착한다. 매표소를 지나 폭 10m의 골짜기를 건너면 참나무가 우거진 등산로가 나타난다. 길이 약간 가파르긴 하지만 목재 계단이 제법 운치가 있다. 숨이 조금 찰 때면 주위를 둘러보라. 곱게 물든 단풍에 힘든 줄도 모를 것이다. 1시간쯤 팍팍한 비탈길을 걸었을까. 단풍 터널이 끝나고 시야가 시원하게 뚫린다. 사제비 동산이다. 억새의 바다이다. 요란하지 않은 흑백의 조화 탓일까. 주위는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적막감마저 감돈다. 억새가 바람에 밀려 파도를 치면 보는 이의 마음도 같이 흔들린다. 사제비 동산을 벗어날 무렵 약수 하나가 나타난다. 사제비 약수터이다. 샘터에서 목을 축인 뒤 비탈길을 따라 만수동산을 만난다. 시원하게 펼쳐진 들판에는 억새가 지천이고 소나무 한두 그루도 외롭게 서 있다. 잔디밭 중간중간 드러난 시커먼 현무암 돌들이 이국적이다. 이때 길이 편하다고 급하게 올라서는 안 된다. 쉬엄쉬엄 걷다가 가끔은 뒤를 돌아보자. 드넓은 들판을 배경으로 숱한 오름들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저 멀리 제주의 푸른 바다는 햇볕을 받아 번쩍인다. 만수동산을 중간쯤 갔을까. 드디어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생각보다 위압적이다. 또 왼쪽으로는 장구목, 오른쪽으로는 윗세오름 세 봉우리가 나타난다. 1시간쯤 더 가면 해발 1,700m 고지의 윗새오름 대피소다. 등산객은 어느덧 현실의 공간으로 돌아온다. 나무로 만든 광장에서 등산객들이 김밥과 컵 라면으로 요기를 때우고 있다. 한라산 정상이 손에 잡?? 듯 가까이 있지만 자연휴식년제로 통제돼 있어 이 구간으로는 오를 수 없다. 하산은 영실 코스를 이용한다. 완만한 등산로를 2㎞쯤 가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구상나무 군락이다. 특히 겨울 눈꽃이 아름다운 곳이다. 숲길을 20여분쯤 걸었을까. 그 유명한 영실기암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길이가 수백 미터에 달하는 천길 낭떠러지를 울긋불긋한 단풍이 덮고 있는 게 일대 장관이다. 오백장군 바위, 병풍 바위 등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결코 금강산의 만물상에 뒤지지 않는다. 절경에 눈이 팔려 발을 헛디딜까 싶어 조심조심 돌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계곡이 나타난다. 수면에 비친 선홍빛 단풍 그림자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물 한 모금. 아쉬움에 영실 기암을 다시 한번 바라보는 순간, 어디선가 이름모를 산새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문의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064)742-3084 ◇여행상품= 대장정 여행사가 렌트카, 허니문 등 다양한 제주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렌터카 상품은 레간자 LPG 차량만 빌리면 숙소와 연료를 공짜로 제공한다. 1박2일은 15만7,000원, 2박3일은 25만4,000원, 3박4일은 34만3,000원이다. 숙소로는 귤밭 속에 위치한 귤림성, 초원 위에 자리잡은 유럽풍의 사랑터울, 이국적인 정취가 풍기는 남원통나무집, 동남아 해변가의 리조트를 연상시키는 카라비안, 30만평의 드넓은 목장에 지어진 그린리조트 등이 있다. 허니문 상품 역시 렌터카와 연료를 공짜로 제공한다. 알뜰형 허니문은 숙소에 따라 3박4일 55만~66만(2인 요금). 디럭스 허니문은 신라ㆍ롯데 등 특급 호텔 1박이 포함되는데 3박4일 71만~83만원(2인 요금). 문의 (02)3481-4242 /제주=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입력시간 2000/10/24 17:2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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