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도요타에 오욕의 해가 될 것 같다.
지난 20년간 도요타는 산업계에서는 벤치마킹의 대상이고 학계에서는 칭송의 대상이었다. 도요타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모범이 되고 남들이 모방해야 하는 것이었다. 도요타의 적시생산시스템ㆍ칸반ㆍ카이젠 등은 모든 기업이 배워야 할 생산기술이고 도요타 웨이(Toyota Way)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따라야 할 길이었다.
그뿐인가. 도요타의 부품업체 관리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모범적 관리방식으로 연구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끔찍한 것 중 하나는 소송에 걸리는 일이다. 한번 소송에 걸리면 오랫동안 피소자의 피를 말리고 결국 엄청난 보상액을 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도요타가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숨겼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회사가 그런 한심한 짓을 할 수 있을까 이해가 잘 안 된다. 사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는 없다. 급격한 해외 생산기지 건설, 재무성과에 대한 집착, GM을 타도하고 1위를 하겠다는 야망, 자동차의 하이테크화, 부품조달 체계의 복잡성 등 수많은 원인을 들 수 있다.
도요타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바로 교만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미국에서 정치력이 큰 것도 아니다. 일본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미국 도시에 수많은 일본정원을 만들어줬다. 도요타도 미국 자선사업에 많은 돈을 기부해왔다. 5개 주에 도요타 공장이 있다는 것은 바로 10명의 상원의원은 언제나 도요타를 도울 태세가 돼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도요타 같은 사태가 우리 기업에 발생한다면 외국의 정치적 기반이 약한 우리에게는 더 큰 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다.
도요타 사태는 하늘이 우리에게 준 기회이다. 이 기회를 국가적 대응력으로 발전시켜 우리에게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진국으로의 진입로를 만드는 일이다. 도요타 사태에 대한 범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