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독과점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

KDI "이용자 편익 증대 등 여러 항목서 규제 적용 힘들어" 결론
앱장터 문제는 기술적 검증 필요
국내업계선 "신중한 판단 내려야"


정부가 구글·애플 등 해외 정보기술(IT) 기업의 독과점 횡포와 이에 따른 국내 IT 기업의 역차별 해소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가운데 과제를 맡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여러 항목에 대해 독과점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내 IT 업계는 구글과 애플 등의 시장 지배력을 감안해 볼 때 우리 정부가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말고 해외 정부 동향 등을 살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6일 KDI에 따르면 '해외 업체 IT 독과점 및 역차별 여부에 대한 연구과제'를 곧 마무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다. 공정위는 KDI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세부 검토 작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KDI에 따르면 IT 독과점 등 여러 항목에 대해 실질적인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쟁법 기준이 소비자 후생에 맞춰져 있어 구글로 인해 이용자들의 편익이 늘었다면 우리나라만 독단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게 논지다.

임원혁 KDI 국제경쟁정책연구부장은 "구글에서 자체 날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존 제휴업체인 웨더닷컴이 큰 손해를 입었지만 사용자 편익 증진을 이유로 지난해 미국에서도 독과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며 "국회 등 여러 곳에서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인터넷 독과점을 규제한 해외 사례도 전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글과 애플 등이 독점 지위를 이용해 30%에 달하는 고가의 앱 수수료를 책정한 것 역시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 부장은 "인터넷 플랫폼은 수요가 쏠린 것이라 관점이 다르다"며 "독과점이 성립되려면 구글이 모바일의 필수 요소여야 되는데 구글이 아니더라도 대안은 존재한다는 점에서 증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강제 앱 선 탑재 문제도 휴대폰 제조사와 구글 사이의 계약 조건에서 빚어진 만큼 이를 규제할 근거가 미약한 상황이다. 원칙적으로 보면 삼성·LG 등 제조사들이 자체 운영체제(OS)를 개발하거나 다른 회사의 OS를 사용하면 해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다만 구글플레이 등에서 다른 앱스토어를 다운받을 수 없도록 한 '앱 장터 진입 장벽'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연구에 상관없이 별도의 기술적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술적 검증을 거쳐 독과점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결론이다.

국내 IT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유럽 정부 등 해외 여러 정부가 구글과 애플 등의 독과점 이슈에 주목하고 있고 여러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정부가 경쟁법 시각으로 보지 말고 제반 사항을 충분히 살펴 신중히 결론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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