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 상단에 속보로 올라오는 기사 중 대부분이 확진자가 몇 명 늘었다, 격리 대상자가 수백명 늘었다는 기사로 도배되는 등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기침 한번 잘못했다가는 다른 승객들의 날 선 눈초리를 받기 십상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5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는 41명이라고 합니다. 모두 병원내 감염자라는 점에서 연일 도마에 오르는 ‘초기 대응 미흡’이 뼈저리게 아픈 순간입니다. 이 와중에 정부는 메르스 정보공개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나섰습니다.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편이나 애로사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되려 정부가 정보를 막아 더 큰 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메르스 지도’는 정부의 정보 비공개 방침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 직접적 행동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낸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네티즌의 제보를 결합해 발병 예상 병원을 정리하고 루머 신고 기능을 도입해 오류를 최소화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르스 괴담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는 정반대의 접근 방식입니다. 정보 공유로 보다 정확하고 정제된 정보를 만들어내겠다는 발상인 셈입니다. 불안감과 공포감을 키울지 모른다는 복지부의 우려에 완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추려 한다고 감춰지지 않는 것이라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줄리어스 시저>를 보면 브루투스에게 암살되는 날 아침, 출근을 말리는 부인에게 시저가 결연히 외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위험 그 자체보다 더 위험한 괴물이니, 당당하게 맞서 줄 것이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어찌 보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일지 모릅니다. 세상사가 예측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은 걸 감안하면 매 순간 순간을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니, 피할 수 없는 위험이라면 끌어안고 정면돌파하는 게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정보를 공개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질병을 완벽히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 해보지도 않고 의심부터 하는 게 능사일까요. 오히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명확한 의지와 고민한 결과를 털어놓는 게 낫습니다. 어느 미국 역학자도 ‘메르스가 한국인에게 생각보다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메르스 난국을 해결하는 열쇠는 ‘문제가 많다, 하지만 해 보겠다’는 결기에서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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