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전설의 새 ‘시무륵(simurg)’이 비상할 때 그 왼쪽 날개가 감싸는 위치에 우리의 건설현장이 있습니다” 황인식 동일하이빌 카자흐스탄 지사장은 카자흐스탄 북부에 위치한 신행정수도 아스타나 경제특구의 중앙대로를 차로 달리며 “대통령궁을 기점으로 3km 길이로 쭉 뻗은 아스타나 경제특구는 전체적으로 시무륵이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 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통령궁 광장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경제특구는 남쪽에서 시무륵이 날아와 알(전망대 모양)을 낳고 대통령궁을 지나 날개를 펴고 북쪽으로 비상해 올라가는 형상(대통령공원 초입 복합건물 지붕)으로 설계돼 있다. 황 지사장은 “아스타나 경제특구의 발전에 대한 카자흐스탄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카자흐스탄의 미래염원을 담은 청사진이 그려지고 있는 아스타나 경제특구 내 최적의 요지인 대통령공원 바로 옆에 최고급 아파트가 한국 업체의 손에 의해 지어지고 있다. 대통령궁을 바라보며 이심강을 건너면 대통령공원 왼쪽으로 6만여평 부지의 동일하이빌 아파트 건설 현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지어진 조그만 가건물엔 30여명의 직원들이 중앙아시아 건설시장 개척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카자흐스탄 동일하이빌은 6단계 총 2,400여 가구 분양 물량 중 1차로 지난해 말 20~130평형 15개 타입 총 372가구가 분양됐다. 분양가는 평당 500만~550만원으로 현지 업체들의 아파트에 비해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130평형 펜트하우스가 가장 먼저 분양이 됐을 정도로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현지 분양방식이 골조가 일정부분 올라 간 뒤 분양하는 일종의 후분양제인데 준공 전 이처럼 분양된 것은 꽤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는 셈이다. 입지가 좋을 뿐만 아니라 단지내에 컨벤션 센터, 외국인 학교, 비즈니스 빌딩 등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인근 미국 대사관 관계자와 카자흐스탄 행정 타운에서 근무하는 고위 관료, 국영 석유기업 임직원 등이 꾸준히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경제특구 중앙에 자리잡은 동일하이빌 모델하우스를 둘러보니, 한국의 최근 아파트 경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다. 주차 시설을 모두 지하로 넣고, 지상엔 아기자기한 조경시설과 커뮤니티 시설을 배치한 한국식 모델이 현지에선 혁신적인 아파트로 각광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올 초 이 곳을 찾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한국의 아파트를 벤치마킹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현지에선 한국 아파트 문화에 대한 호응이 좋다고 한다. 부카예프 아스타나 도시계획국장은 “동일하이빌 부지 맞은 편에 지어지는 꾸앗(현지업체) 아파트는 하이빌과 완전히 똑같이 지어지는 등 이 곳 업체들이 한국식 아파트를 따라 하고 있다”며 “골조만 세우고 분양하는 현지 분양방식과는 달리 인테리어까지 마무리해 주는 한국식 분양방식도 현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동일이 해외 진출 교두보로 카자흐스탄행(行)을 택한 것을 일종의 ‘블루 오션’ 전략이다. 중동과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은 이미 대형 건설사들이 선점을 하고 있어 자칫 과열 경쟁에 따른 위험 부담만 떠안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카자흐스탄은 91년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 중 비교적 정치ㆍ경제적으로 안정됐으며, 최근 유가 상승으로 풍부한 오일 달러가 흘러들면서 건설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실제 카자흐스탄 주택 가격은 지난해만 평균 30%가 올랐고 옛 수도인 알마티의 경우 최근 2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2배로 뛰었다. 이에 따라 동일에 이어 성원건설과 우림건설, 신일건설 등 국내 중견 건설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카자흐스탄행(行)에 동참했다. 우림은 옛 수도 알마티 대통령 공원 인근 부지에서 4,400가구를 올 11월부터 단계적으로 분양할 예정이다. 현재 2,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를 추진 중이다. 성원도 알마티 천산 국립공원 인근 4,000여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20층 5개동 270여 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수도는 아스타나로 옮겼지만 알마티는 여전히 카자흐스탄 경제의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있고 주택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분양은 순조로울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카자흐스탄 내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약 5만가구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건설사가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지 불과 2년만에 현지 아파트의 10% 정도를 짓게 되는 셈이다. 이 밖에 삼부토건 등 대여섯개 업체들이 현재 카자흐스탄 진출을 모색중이다. 강희운 성원건설 카자흐스탄 지사장은 “주상복합 건설 후 인근 공원을 임대 또는 매입해 유료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알마티는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노후화 된 주택이나 도심을 재건축ㆍ재개발하는 사업의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성원의 주상복합 부지는 알마티 도심에서 차로 15분 거리로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잇는‘천산’산맥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4,000여평 부지의 한 쪽으로 자연녹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공원 개발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카자흐스탄이 국내 중견 건설사들의 중앙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 곳을 무조건 황금이 나는 ‘엘도라도’로만 여겨선 안된다는 게 현지 진출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바지스와 꾸앗 등 굴지의 현지 업체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일본과 인근 터키 업체들이 대형 다리와 도로 같은 대규모 토목 공사를 선점하고 있어 국내 건설 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또 관료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어 인ㆍ허가 과정도 까다롭다고 한다. 동일의 황 지사장은 “카자흐스탄은 아직 권위주의체제가 강해 한국 시장과는 차이가 많다”며“진출 초기에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것 보다는 일단 신용을 쌓아가면서 장기적으로 기회를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원의 강 지사장도 “카자흐스탄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장”이라며 “무분별한 진출로 자칫 국내 업체들간의 과열경쟁만 초래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유럽 플랜트시장서도 '건설 한국' 신화 만든다
SK건설, 루마니아 FCC 조기 준공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피테슈티시(市). 낡은 정유 시설들이 즐비한 아르페킴 정유 공장 부지 끝자락에 한국 건설 업체가 지은 정유 플랜트가 우뚝 솟아 있다. SK건설이 세운 정유공장 탈황시설(FCC)로 지난 5월 준공됐다. 이 FCC 공사는 약 460억원 규모로 액수만 놓고 보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한국 건설업체의 동유럽 플랜트 건설의 '교두보'란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동유럽이 중동과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에 이어 한국 건설사들의 신흥 개척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의 까다로운 환경기준에 맞춰 노후화된 공장을 새 것으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망 플랜트 건설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SK건설의 아르페킴 플랜트는 유력한 서유럽 경쟁사를 제치고 이 같은 동유럽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SK건설은 이를 시작으로 향후 리투아니아ㆍ크로아티아ㆍ세르비아 등 주변국가들로 진출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SK건설 관계자는 "공사의 성공적인 마무리로 한국 건설업체의 우수한 시공력 입증뿐 아니라 동유럽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동에 이어 동유럽에서도 한국 건설의 신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순탄치만은 않았던 수주ㆍ공사 과정에서 SK건설의 동유럽 진출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차관으로 진행하는 공사였기 때문에 아시아 건설회사에 공사를 발주하는 것에 부정적 의견이 팽배했고, 테크닙ㆍ플루어ㆍ스남프로게티 등 유럽 선진 업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SK건설은 일단 그동안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의 공사 실적을 토대로 발주처인 루마이나 국영석유회사를 설득, 결국 입찰가격에서 차이가 나지 않았던 유럽 건설회사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또 과거, 설계ㆍ구매ㆍ시공 등을 분리해 발주했던 루마니아의 관행과 달리 이례적으로 일괄 턴키로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공사 과정에서 루마니아 국영정유회사가 중부 유럽 최대의 석유회사인 오스트리아 오엠파우에 인수되면서 SK건설은 중부 유럽 진출 가능성도 타진해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SK건설은 당초 예정보다 준공 시점을 두달여 앞당기면서 발주처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최근 동유럽 제조ㆍ물류 분야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폴란드도 한국 건설사들의 동유럽 진출 발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브라츄아프의 경우 LG전자의 대규모 LCD공장과 삼성전자의 공장 건설 등으로 자연스럽게 한국 건설업체들의 진출도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폴란드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는 GS건설. GS는 브라츄아프에서 올 3월부터 LG전자ㆍLG화학ㆍ희성전자ㆍLG이노텍 등 6개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무아바 지역에서도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LG전자 PDP 공장 건설을 진행 하는 등 총 7개 공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