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세상] 춘추전국시대 흥망성쇠 통해 '선인의 지혜' 엿보다

춘추전국이야기/ 공원국 지음, 역사의아침 펴냄
사건 서술·영웅들 모험담 탈피
거시적 흐름으로 이야기 엮어


중국 제문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환공이 주관해 견에서 열린 회맹을 복원한 모형' . /사진제공=역사의아침

춘추전국시대는 기원전 770년 주나라가 융족에게 밀려 동쪽 낙양으로 옮겨온 무렵부터 진나라가 전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 대략 550년의 기간을 말한다. 역사학도이면서 중국지역학 전문가인 저자는 "춘추전국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룡의 뼈대가 형성된 시기다. 민족간 갈등과 투쟁, 그리고 상이한 문화들이 혼효되면서 오늘날 중국이라는 개념이 형성됐다"고 규정한다.

이 책에서는 흥미롭고도 치열한 제후국들의 각축전과 흥망성쇠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통찰하는 안목을 제시하는 한편 인생의 영욕과 의미,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내는 세상의 흐름을 살폈다. 단편적인 사건 중심의 서술이나 영웅들의 모험담을 담은 기술 방식을 벗어나 거시적인 흐름에 주목하는 한편 춘추전국의 무대가 된 지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춘추전국이라는 화두를 풀어낼 첫 번째 주인공으로 저자가 선택한 이는 제나라 환공을 춘추시대 첫 번째 패자(霸者)로 올린 관중(管中)이다. 저자는 "관중은 춘추 질서의 설계자이자 중국 최초의 경제학자라고 할만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고사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인 관중(기원전 725~645)은 제갈량이 흠모했고 '논어'와 '맹자'에서 인물 평가의 대상으로 수없이 다뤘던 춘추전국시대 최고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몰락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관중은 어려운 살림으로 젊은 시절부터 여러 나라를 돌며 장사를 하면서 각지의 지형ㆍ민속ㆍ경제ㆍ정치 등을 익혔다. 친구 포숙아(鮑叔牙)와 함께 장사도 하고 전쟁에도 참전하면서 쌓은 우정이 고사 '관포지교'를 낳았다.

관중의 사상은 한 마디로 실용주의로 요약된다.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기초해 정치ㆍ경제ㆍ사회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 관중은 백성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풍요롭게 사는 것을 정치의 우선순위에 두었다. 그가 추구한 것은 공허한 유토피아나 냉혹한 현실주의가 아닌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실용주의인 것이다. 그의 실용주의적 접근은 춘추시대의 대혼란 속에서 난세를 극복하고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로 나아가는 중요한 토대를 제공하게 된다.

'춘추전국이야기 2-영웅의 탄생'은 19년이라는 오랜 망명 생활을 거치고 돌아와 진나라 군주가 된 문공의 이야기다. 타고난 자질은 뛰어나지 않았지만 항상 반성하는 군주로서 호언ㆍ조최ㆍ가타ㆍ선진ㆍ서신 등 지혜로운 신하들의 조언을 깊이 새겨 춘추시대 두 번째 패자가 될 수 있었던 인물이다. 전체 12권인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는 '남방의 웅략가 초 장왕', '위대한 재상들의 시대', '오월의 검이 춘추를 베다'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최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읽을만한 책으로 춘추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열국지'를 추천하면서 춘추전국시대 위정자들과 전략가들의 지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각권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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