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금연 비가격 정책

흡연 경고그림·오도문구 금지 법안 상정조차 안돼
담배회사 로비로 상정案도 본회의 통과 장담 못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공공시설에 흡연구역을 두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의결돼 다음 임시국회 통과가 예상되지만 정작 중요한 흡연경고 그림 삽입과 오도문구 표시 금지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와 금연운동 단체는 담배회사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 이들의 로비가 더욱 치열해질 경우 국회 본회의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고 긴장하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12건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의결됐지만 흡연 경고그림, 오도문구 표시 금지를 담뱃갑에 넣는 법안 4건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안홍준ㆍ이명수ㆍ전현희ㆍ전혜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이들 법안은 금연 관련 비가격 정책 중에 가장 핵심으로 꼽혔으나 이번에도 빛을 볼 수 없었다. 이들 법안은 담뱃갑에 흡연을 경고하는 그림 또는 사진을 넣거나 라이트ㆍ마일드ㆍ순 등 담배의 독성이 약한 것처럼 오도할 수 있는 문구를 쓸 수 없도록 하는 게 내용이다. 이번 국회에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이 대부분 흡연구역을 줄여 흡연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이라면 이들 4개 법안은 담배 소비단계에서부터 욕구를 떨어뜨리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미루면서까지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 데는 이미 해외에서 이 같은 정책이 흡연율 감소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담배회사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어 국회 상정을 막기 위한 물밑 작업이 계속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상정을 거부한 야당 측에 책임을 돌렸으며 민주당 관계자는 "담배 제조나 판매업체 등 영세상인이 피해를 볼 수 있고 흡연율 감소를 정부가 치적으로 삼으려고 해 다음에 논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은지 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갈수록 담뱃갑 포장이나 색상이 화려해져 청소년과 여성 흡연자가 늘고 있는데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담배회사들의 로비가 이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번 회기 내에 본회의에서 의결되지 못하고 다음 임시국회로 미뤄진 12개 법안도 담배회사뿐만 아니라 음식업중앙회, PC방 사업자 등의 반발로 통과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일단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안이 본회의를 넘을 수 있도록 한 후에 흡연 경고그림, 오도문구 삽입 금지와 같은 내용도 포함되도록 할 것"이라며 "담뱃값 인상은 이 같은 비가격 정책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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