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관계가 실타래처럼 꼬일대로 꼬이고 있다. 39시간 동안 동해에서 계속됐던 양국함정의 해상 대치란 초유의 사건이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1일부터 제주에서 열린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한 일본 경제산업상이 자유무역협정(FTA)체결 등 많은 현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측과 별 접촉 없이 귀국해버린 것도 뒤틀린 한ㆍ일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만큼 양국간의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마주 달려오는 기관차처럼 감정에 치우친 한ㆍ일 양국의 맞대응으로 양국 협력의 틀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설사 이달 말 예정돼 있는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의 분위기를 되살린다고 해도 일본정계에 우경화 바람이 강해지고 “네탓 공방”이 계속되는 한 상호불신을 해소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다행히 일본엔 여전히 ‘한류’(韓流)가 시들지 않고 있고 일본기업의 국내투자도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정부와 정계만이 북한 핵 문제 등 어느 때보다도 협력이 필요한 때인데도 자존심을 건 감정싸움에 치우치고 있는 것이다. 독도의 날 조례제정이 그렇고 “일본과의 외교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고위층의 발언도 그렇다. “한ㆍ미 정보교류에 문제가 있다”는 야치 외무차관의 발언도 상대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다.
감정싸움을 하다 보니 양국관계와 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FTA협상은 지난해 11월 이후 실종된 상태다. 현재까지는 뒤틀린 한ㆍ일 관계가 경제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경제도 난기류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야스쿠니(靖國)신사참배 같은 돌출행동이나 불필요하게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과 행동을 삼가는 등 상대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 동해에서 일어난 초유의 해상대치가 대화로 밧줄을 풀었듯이 이러한 자세로 대화를 하면 뒤얽힌 한ㆍ일 관계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ㆍ일 양국은 정상회담이 이를 위한 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