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의 정부 발주 시스템통합(SI)공사 사업자 선정이 엄정한 절차와 심사를 거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SI 업체인 A사는 최근 한 공공사업 발주 심사장에 들어가서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한 심사위원(교수)이 A사 관계자들을 향해 다짜고짜 “경쟁사들의 제안서는 모두 6권인데 당신네 회사는 왜 3권 밖에 되지 않느냐”면서 “사업에 대해 성의가 없는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당시 A사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양면 복사를 했고 경쟁 업체들은 관행대로 단면 복사를 했을 뿐이었다. 결국 당시 심사위원은 입찰 업체의 제안서 자체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사업자를 결정한 셈이다. A사는 당연히(?) 그 사업에서 탈락했다.
SI업체인 B사도 최근 수 백억원대의 공공 입찰에서 참여했다가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사업은 규모가 수 백억원에 달하는 ‘대어’였다는 점에서 관련 업체들은 몇 개월간 수 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제안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사업 설명회에서 3개 컨소시엄에 주어진 설명 시간은 고작 2시간. 결국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수 백억원 짜리 국책 사업이 달랑 2시간만에 ‘뚝딱’ 사업자가 결정된 것이다. 이후 이 사업에서 탈락한 한 업체는 심사의 적합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심사결과를 공개할 것을 발주처에 요구했으나 이 제안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외의 경우 대형 프로젝트는 몇 일에 거쳐 심사가 이뤄지고 또 이의제기 기간도 있는 것과는 너무도 다른 국내 SI사업 발주의 현주소다.
이처럼 최근 국내 SI사업에서 입찰 심사과정이 ‘비정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관련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SI사업의 공공입찰은 ‘공공성 확보’라는 목적 아래 해당 사업에 있어서 전문적인 소양이 없는 심사위원들이 참여하거나 심사결과에 대해서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행화돼 있다.
더구나 업체들 입장에서는 보통 사업비의 5%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작성하는 입찰제안서의 경우 낙찰업체라 할 지라도 소유권이 발주사로 귀속돼 가뜩이나 업계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국내 SI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SI 업계에서 제안서 설명회는 일종의 요식행위 일 뿐이고 해당 사업자는 이미 정해진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심사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보다 강화해야 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