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시행 첫날 표정

동요하는 외국인 안보여…취업발길은 이어져

외국인 고용허가제 시행 첫날인 17일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있는 서울 성동공단과 구로공단 일대에서는 특별히 동요하는 외국인의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갑작스런 외국인 고용허가제 시행으로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 고용업체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해 노동부와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국 전화는 하루종일 불통이됐다. 이날 성동공단 일대 대부분의 영세업체에서는 국내외 노동자들이 평소처럼 기계돌아가는 소리에 맞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일부 외국인 노동자가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이 산업연수생으로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대한 부담없이 잠시 일을 멈추고 담배를 피기도 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첫날이지만 정부합동단속반의 활동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외사계 관계자는 "한달에 열흘 출입국관리국과 합동단속을 하고있지만 오늘이라고 해서 특별단속을 펼치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일자리를 찾기 위해 성동공단 내 영세업체들을 찾는 외국인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성동공단에서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이모(51)씨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금도 매일 한두차례 외국인들이 사무실을 찾고 있다"며 "그러나 벌금 2천만원을 낼 각오를 하고 이들을 고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섬유업체에서 일하는 필리핀 산업연수생 R(27)씨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불법체류 외국인이 이 부근에 아직 많은 것으로 안다"며 "한국 정부의 조치가 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금천구 가리봉동와 구로구 구로동에 걸쳐있는 구로공단 모습도 성동공단과 별다르지 않았다. 일부 사출업체 중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업체에서는 출입국관리국에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대해 문의전화를 하기도 했지만 이보다는 공장 기계 운행에 더신경쓰는 모습이었다. 구로공단에서 플라스틱 사출업체를 운영하는 전모(46)씨는 "필리핀인, 미얀마인 외국인 2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갑자기 시행된다는 소리에 오늘노동부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지만 계속 불통이다"고 밝혔다. 전씨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도 좋지만 문제는 기술을 가르쳐 주고 제 몫을 해 정식채용을 하려고 하면 체류기간 연장이 안돼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이 급선무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플라스틱 사출업체 운영자인 전모씨도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시행된다고해 노동부에 신청할 계획이다"며 "그래도 제대로된 기술을 습득한 사람이 부족할 것으로 생각해 정식으로 고용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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