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1주도 팝니다.”
증시 침체로 장외시장도 꽁꽁 얼어붙으면서 소규모 거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장외시장은 개인 간에 일대일 거래로 이뤄지는 만큼 통상 수천, 수억원 단위 거래가 주를 이루지만 올 들어 매수세가 실종되자 매도자들이 ‘일부라도 팔아달라’며 매물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피스톡 등 장외시장 관련 업체들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경우 과거 거래 단위가 100주 이상이 보통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10~20주 단위의 소량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또 주당 가격이 낮은 주식들도 100주 단위 거래는 ‘찬밥’ 신세였으나 요즘에는 환영받고 있다.
장외주식시세정보업체 피스톡의 차원식 팀장은 “워낙 매수세가 없다 보니 현금이 급한 매도자들이 주식을 분할해서라도 중개업체에 내놓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삼성생명의 경우 심지어 1~2주도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매수세는 뚝 끈긴 반면 버티던 매도자들이 손절매에 나서는 경우도 많아 수급불균형으로 주가는 더 떨어지고 있다.
5일 기준으로 장외시장의 ‘대장주’ 삼성생명은 고점(86만7,000원) 대비 40% 가까이 떨어진 54만2,000원선까지 미끄러졌다.
주가 급변동으로 ‘분할매수’를 요구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소액거래 증가의 원인이다. 한번에 거액을 거래했다가 주가가 떨어질 경우 속수무책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적립식 펀드와 마찬가지로 시간 차를 두고 조금씩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의도 일대에서 비상장 주식 중개 관련 종사자는 대략 300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장외시장 거래량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관련 종사자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게 위축됐다.
한 장외시장중개업체의 관계자는 “지난해 호황기에는 출근해서 퇴근 때까지 전화를 받느라 쉴 틈이 없을 정도였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하루에 2~3통밖에 전화가 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또 “거래도 하루에 6~7건씩 이뤄졌으나 올 들어서는 일주일에 한두 건 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수익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소량거래도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