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내다본 환경정책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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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얘기만 나오면 참으로 답답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해 한 오찬행사에서 한 말이다. 국가 정책의 최고 결정권자인 대통령마저 딜레마에 빠뜨린 새만금 사업은 환경문제 해결의 어려움 뿐만 아니라 우리 환경정책의 '허와 실'을 잘 보여준다.
물론 개발과 보존을 모두 만족시킬 환경정책을 입안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도 한탄강 댐 건설, 경유차 배출가스 기준문제 등의 논란이 불거지는 등 환경정책은 여전히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기후변화협약과 다가오는 교토의정서 발효 등 국제적 환경기준의 강화에 발맞추는 한편 질 높은 삶을 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칙을 지키는 환경정책이 요구된다.
▶ 길게 보는 장기계획이 절대 필요
그렇다면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멀리 보고 다각도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 환경관련 연구원, 환경단체, 심지어 공무원들까지 한결같이 지적하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환경정책은 여전히 중ㆍ단기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기 일쑤다.
여기서도 새만금사업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본보기다. 한반도의 지도를 바꿔놓을 대역사로 91년 첫 삽을 뜬 새만금 사업은 사전 환경영향평가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시작됐다.
사업기간만 20년이 걸리고 그 결과는 자손 대대로 영향을 미치게 될 사업이 '한건주의'식으로 결정된 것이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는 "간척지를 만들면 농토나 산업용지를 얻는 경제적 이득이 먼저 보이고 홍보하기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50년, 100년 뒤를 생각하면 갯벌을 파괴하는 등의 생태계 피해가 크기 때문에 사업성이 의문시 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환경정책을 펴야 함을 강조했다.
환경정책이 장기적이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환경문제가 정부내 한 부서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광임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정책부장은 "환경정책은 사실 환경부를 비롯,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지방자치단체 등 거의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조율되고 형성된다"며 "충분한 협의와 조정을 거쳐 신중하게 정책이 세워져야 하므로 장기계획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총수요 관리'에 역점둬야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모여사는 현실은 환경정책을 수립하는 데 별다른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땅이 필요하면 무분별하게 갯벌을 메웠고, 물이 필요하면 댐을 만들었으며, 교통이 혼잡하면 도로를 넓히느라 애쓸 뿐이었다.
맹지연 환경연합 정책팀장은 "공급이 수요를 낳았을 뿐"이라며 "수요를 관리하는 데 환경정책의 핵심이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환경정책담당자들이 공급위주에서 수요관리로 정책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물 절약 목표치를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김명자 환경부장관은 "지자체마다 물 절약의 방법과 목표를 세워 2000년 2억4,000만톤, 2001년에는 3억톤의 물을 아꼈다"며 "댐을 하나 새로 건설한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필요를 억제하기 보다는 충족시키고야 말겠다는 발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맹 팀장은 "정부나 정치인이 인기에 연연해 개발정책을 남발하는 경향이 여전하다"며 "부족하면 우선 공급을 늘려놓고 보자는 사고방식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속가능한 발전 나서라
결국 장기계획, 관리위주의 정책이 표방하는 합일점은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지난 92년 리우정상회의에서 제기된 후 현재는 세계 각국에서 환경정책의 기본 이념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도 2000년 대통령 직속으로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두고 있다.
경제성장, 환경보호, 사회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은 글자 그대로 매력적이지만 실제 이를 이행하기란 쉽지않다. 무엇보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고 합의점에 이르기가 어렵다.
강대인 환경정책평가원 박사는 "결국 지속가능한 발전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의 확보가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환경부가 추진하는 녹색GDP 사업 등을 통한 방대한 자료구축과 정책평가를 공정하게 할 수 있는 기구가 언제든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