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도 금본위제 복귀 움직임

"인플레 압력·통화 불안정성 대비해야" 목소리
의회, 올 연말 '골드 프랑화' 도입 방안 논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를 대체하는 통화질서 재편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금본위제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유타주가 금화와 은화를 법정 통화로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스위스까지 금화를 다시 사용하게 되면 극심한 통화가치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나라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7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스위스 의회는 올 연말께 금화인 '골드 프랑화' 를 도입해 현재 사용중인 스위스 프랑화와 병행 통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골드 프랑화 도입은 스위스 최대 정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이 창안한 것으로 아직까지는 구상 단계 수준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과 통화가치 변동성이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논의선상에 올려야 한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스위스는 금본위제를 가장 늦게 폐지한 국가로 지난 2000년부터 현재의 통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골드 프랑화 도입을 지지하고 있는 취리히파이낸셜서비스 그룹의 토마스 제이콥은 "스위스 국민들이 완전히 다른 두개의 통화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현재 통화시스템의 이면에는 막대한 빚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위스 세인트갈렌대의 게브하르트 커치게스너 경제학과 교수는 "골드 프랑화 도입에는 논쟁이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골드 프랑화가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히려 골드 프랑화 도입이 스위스 프랑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위스 기업과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스 프랑화는 세계적인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타고 최근 2년 동안 유로화 및 달러화 대비 가치가 16%나 상승해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통화가치 불안정성 때문에 금본위제로의 복귀를 고민하고 있는 곳은 비단 스위스 만이 아니다. 미국의 유타주는 이미 지난 3월 금ㆍ은화를 법정 통화로 최종 승인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와 함께 금본위제가 폐지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정부가 양적완화정책을 통해 엄청난 양의 달러화를 찍어내자 화폐 가치 하락에 불만을 품은 주 정부들이 직접 금ㆍ은화 발행에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유타주에 이어 현재 몬타나ㆍ미주리ㆍ콜로라도ㆍ아이다호ㆍ인디애나주 등 10여개 주가 유사법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제이콥스는 "스위스의 골드 프랑화 도입계획은 미국 주 정부의 입장에 비해 훨씬 실용적인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들로선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스위스는 세계 7위 금 보유국가로 중국과 비슷한 수준인 1,040t 정도의 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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