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았던 SK텔레콤 사외이사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29일 열린 이사회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업체 에이디칩스 인수건이 부결돼 인수를 포기한다고 2일 공시했다. 이번 이사회의 부결에는 사외이사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6월20일 비메모리 반도체칩 설계회사 에이디칩스를 신주 인수와 전환사채 매입을 통해 인수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에이디칩스 인수를 추진하며 사외이사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것에 불만을 표시하며 이의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 사외이사들이 회사의 전략과 직결된 인수합병(M&A)을 반대한 것을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의결 안건 202건에 대해 모두 찬성 의견을 냈다.
특히 이사회가 수익성이 불투명한 미국 법인인 힐리오에는 무려 1억달러의 투자를 승인한 반면 500억원에 불과한 에이디칩스 인수건에 반대한 것은 업무 연관성이 없는 기업을 마구잡이로 인수하는 데 대해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시 번복으로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며 SK텔레콤에 대한 비난 또한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SK텔레콤은 증권선물거래소로부터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이미 지난 공시에서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해지될 수 있다는 조건부 계약이었다”며 “증권거래법 절차상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