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청년감독 빈센조 나탈리와의 데뷔작 「큐브」는 유럽에서 할리우드 영화들을 물리치며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관객들을 놀라게 한 「큐브」는 기이하지만 어쩐지 상큼하고 또한 매우 무서운 영화이다.한 남자의 표정이 기괴하다. 푸른색의 밀폐된 방에 갇혔기 때문. 그가 해치 하나를 열고 이웃방으로 건너간다. 바닥에 발을 딛는 순간, 그는 자신이 세상과 이별을 해야함을 직감한다. 공기를 가르며 순식간에 그를 덤친 날카로운 금속그물. 남자의 몸은 수백개의 또다른 작은 큐브로 토막나버린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큐브에 모두 6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마치 죄수복처럼 이름표가 달린 똑같은 옷을 입고 들어온 그들은 어느날 잠이 들었다가 께어나 보니 이 무시무시한 공간에 옮겨지게 된 것.
거칠고 리더를 자처하는 흑인 경찰관 쿠엔틴, 인정많은 여의사 할로웨이, 평범하지만 비범한 수학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 여학생 리븐, 냉소적인 건축설계사 워스, 탈옥전문가 렌, 자폐증환자 카잔이 바로 그들. 성장배경과 직업이 천차만별인 그들을 한 곳에 납치한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이 황당하기 짝이 없는 큐브의 연속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어쨌든 그들은 탈출을 위해 서로 단합할 수밖에 없지만 이미 갈등은 각자의 살인본능을 자극할 정도로 깊어지고 있었다.
이런 위험한 장난을 치는 사람이 과연 누구이냐를 따질 겨를 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그들은 각 방에 새겨진 숫자에 비밀의 열쇠가 감추어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1과 그 자신의 정수 외에는 나누어지지 않는 소수(素數)와 어떤 수로써 1을 나누었을 때 얻어지는 수인 역수(逆數)의 함수관계 속에 탈출구의 실마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큐브가 살아움직이고 있다면. 그들과의 장난을 언제든지 끝낼수 있는 폭군이라면. 무엇보다 과연 이들 6명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된다면….
이용웅기자YY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