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시 지사, 그린스펀에 화해 제스처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설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아버지 사이의 해묵은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지 최신호에 따르면 부시 지사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내년 6월 그린스펀의 임기에 앞서 연임을 발표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그의 경제자문역을 맡고 있는 로렌스 린드세이 전 FRB 이사가 전했다.지난 92년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에게 패한 조지 부시 전대통령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 그린스펀이 금리를 인상, 선거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불만을 품어왔다. 니컬러스 브래디 당시 재무부 장관은 FRB의 금리인상을 공개 비난했고 부시 가문은 대선에서 패배한 원인을 그린스펀에게로 돌렸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간여하고 싶어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써야 하는 집권당은 금리인상을 싫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린스펀이 이끄는 FRB는 정치권의 요구에 개의치 않고 정책을 펴나가 부시 가문의 원한을 샀다. 그러나 아들인 부시 지사는 아버지 때의 일을 잊어버리고 그린스펀과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부시 지사는 클린턴이 이른 시일 내에 그린스펀의 유임을 발표해야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즈니스 위크는 클린턴 행정부도 그린스펀의 4연임을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임기를 얼마 앞두지 않은 클린턴 행정부가 지명한 FRB 의장의 인준에 시비를 걸 게 분명한 상황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 그린스펀의 연임을 지지하고 나섬에 따라 그의 연임을 둘러싼 막후 교섭이 쉬워질 것이라고 잡지에서는 전망했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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