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14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방문한 추병직(가운데) 건설교통부 장관이 무바라크 알 나흐얀(오른쪽) UAE 공공사업부 장관과 건설협력 MOU를체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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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8일 몽골을 방문한 추병직(왼쪽) 건설교통부 장관이 체그미드 쳉겔(가운데) 몽골 도로교통부 장관과 교통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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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아프리카와 유럽의 관문으로 통하는 알제리의 수도 알제.
김용덕 건설교통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 알제리 민관합동 협력단’에 참여한 한국토지공사와 국내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주먹을 불끈 쥐며 나지막한 탄성을 쏟아냈다. 라흐마디 알제리 국토개발환경부 장관과의 협상에서 150만평에 달하는 부이난 신도시의 1단계 개발우선권을 한국업체들이 받기로 마침내 합의한 것.
노무현 대통령과 추병직 건교부 장관 등이 현지를 방문해 협력방안을 논의한 지 3개월 여 만에 이뤄낸 가시적인 성과였다.
협력단에 참여했던 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과 달리 맨 손으로 해외시장을 뚫어야 하는 중견업체로선 현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값어치를 매기기 힘든 혜택”이라며 “대통령이 가고 정부가 가니까 일이 손쉽게 풀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 발로 뛰는 ‘건설 세일즈 외교’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해외건설 수주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는 데는 이처럼 기업과 보조를 함께 맞추는 정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알제리 고속철도ㆍ도로 사업과 아제르바이잔의 각종 건설사업 컨설팅, 나이지리아의 철도ㆍ발전소 사업 등에 국내 업체들이 접근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가 나서 다리를 놔준 덕이 컸다.
특히 자본ㆍ기술ㆍ경험이 부족한 중견ㆍ중소업체들이 세계 각지의 신도시 개발 등 건축ㆍ토목사업에 진출하려면 정부의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한 중견업체의 관계자는 “카자흐스탄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동안 현지 대사관에서 내 일인 것처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줘서 매우 든든했다”며 “시장개척 자금이나 해외시장 정보 제공, 인력교육 등의 지원도 더 늘려야겠지만 무엇보다 도움을 주겠다는 정부의 적극적 자세가 한층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보이고 있는 중동ㆍ동남아 등지의 산업설비(플랜트) 분야에서도 정부의 역할은 적지 않다. 넘쳐나는 오일달러를 등에 업고 발주량이 폭주한 덕분에 향후 수년치 일감을 충분히 확보해 놓은 상태지만 항상 원천기술과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족쇄가 따라다닌다.
이재헌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한국플랜트학회장)는 “요즘 플랜트 산업이 잘 나간다고는 하지만 냉정한 실력은 1군이 아닌 2군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원천기술이라고 할 만한 기본설계 능력은 물론 금융조달ㆍ제도연구 등 사업능력도 뒤떨어지고 전문인력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동 특수가 사그러들 5~6년 후에도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와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비와 투자기간에 비해 성공 가능성은 불투명해 개별 기업들은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기획관리실장은 “과거에는 플랜트 원천기술의 사용료가 미미해 급한 대로 사서 썼지만 로열티 비용이 갈수록 치솟아 원가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며 “대기업들도 원천기술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어서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력부족 문제도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인도ㆍ필리핀ㆍ이집트 등에서 인력을 수급하는 것도 모자라 은퇴한 국내 엔지니어링 인력들을 복귀시키거나 신입사원을 곧바로 해외 현장에 투입하는 등의 고육책들이 나왔지만 한계가 있다. 공사할 사람이 없어서 수주를 못할 지경이라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김석만 대림산업 상무는 “인력 풀(pool)이 잘 갖춰진 미국ㆍ유럽과 달리 우리는 국가적 차원의 인력활용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형편”이라며 “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인재를 육성ㆍ장려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부 '경쟁력 제고' 10대 핵심과제 선정
2015년까지 6조5,000억 투자…세계 7위권 건설기술 강국 야심
정부는 우리나라의 건설기술 경쟁력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한 10대 핵심과제를 선정, 오는 2015년까지 총 6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장기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른바 'VC-10(Value Creator 10)'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세계 7위권의 건설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10개 과제 중 해외건설 수주확대와 직접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 '글로벌 톱5', 즉 세계적인 5대 명품으로 명명한 기술들이다.
명품의 첫번째 반열에는 한국이 세계 1위의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해수 담수화 플랜트 시스템이 올라있다. 짜디짠 바닷물을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담수로 바꿔내는 해수 담수화 플랜트는 두산중공업이 독보적 입지를 구축해 놓고 있다. 정부는 이 분야에 총 3,900억원을 투입, 2015년까지 30조원으로 예상되는 거대한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권용복 건설교통부 해외건설팀장은 "시장 규모나 기술 정도를 감안할 때 플랜트 중에서도 미래 투자가치가 가장 높은 해수 담수화 설비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명품은 초고층 복합빌딩 시스템이다. 기술 개발을 독려해 높이 1,000m에 달하는 초고층 건축물을 1,000일만에 건설할 수 있는 설계ㆍ시공의 핵심 요소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높이 800m의 세계 최고층 건물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버즈 두바이' 를 짓는 등 두각을 보이고 있어 2010년까지 40조원 규모인 이 시장에서 충분히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플랜트와 달리 건축과 토목 분야가 해외건설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고 있는 현실에서 초고층 빌딩 기술은 건축ㆍ토목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되살려낼 첨병인 셈이다.
속도 기준으로 세계 4위를 지키고 있는 고속철도 시스템은 3위로 격상시킨다는 목표 아래 UAE 등 고속철 수요가 일고 있는 국가로의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환경기술(ET)ㆍ정보기술(IT)ㆍ바이오기술(BT)을 융합시켜 친환경 첨단 생태도시를 짓는 'U-ECO 시티(유비쿼터스 생태 도시)'는 베트남과 타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신도시 개발열풍과 맞물려 활발한 시장개척이 기대되는 분야다.
마지막 명품으로는 '초장대 교량'이 꼽힌다. 권위있는 건설 전문지 ENR이 2005년 세계 10대 건설 프로젝트로 선정한 인천대교 등을 발판 삼아, 세계 6위권의 교량기술 강국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정부는 이와 함께 플랜트 사업의 각종 표준과 프로젝트 관리, 정보 관리, 인력 활용 체계를 마련하는 표준화 기술개발 사업에 2010년까지 198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고 있다.
/특별취재팀: 최석영 팀장·김창익·김문섭·김광수 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