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소위'틀면 나온다'는 말에 딱 들어맞는다. 지난 달 종영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로 뭇 여성들의 마음에 '이훤 앓이'를 안겨준 사람, 각종 CF와 화보 촬영, 홍보대사 활동을 겸하며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대세남' 김수현(24·사진)을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마주했다.
눈코 틀새 없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하루하루지만 우려(?)와는 달리 생기 있고 밝은 표정이었다. 단 하나, 중간중간 쏟아내는 마른 기침이 마음에 걸렸다. 최근 영국 런던 화보 촬영에서 얻어온 감기가 체 낫지 않은 듯 보였다.
"화보 촬영과 휴식을 겸해서 갔는데, 긴장이 풀렸는지 도착 첫날 감기에 걸렸어요. 구경은커녕 런던에 있는 내내 약 챙겨먹고 그렇게 지내다 왔어요."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조차 일이 돼 버릴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다.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된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평균 시청률 30%를 넘으며 사랑 받았던 드라마 '해품달'이 있었다. 동시에 그가 드라마에서 연기했던 이훤이라는 인물은 배우 김수현에게 스스로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게 해 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해품달'에는 남자 대 남자, 혹은 개인과 다수가 부딪히는 장면이 많았어요. 이 때 제가 배우로서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화면에서는 크게 전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현장에서는 이 에너지가 꽤 크게 좌우했던 것 같아요. 많이 아쉬운 부분이에요."
그가 배우로서 현장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를 강조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10년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정보석 선배님을 처음 뵀어요. 당시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자신의 에너지를 상대방에게 불어넣어주면서 연기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어요. 제 에너지를 제대로 뿜어내면 상대 배우도 연기하기가 훨씬 편해지거든요."
김수현은 지난 2007년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로 데뷔했다. 이 때부터 지금까지 연습할 때 매 작품마다 넘기 힘든 고비가 있었다고 한다.
"전 슬럼프가 왔을 때를 외려 기회라고 생각해요. 억지로 극복하려 하기보다 그냥 저를 산산조각 내죠. 그리곤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조립하는 마음으로 연기해요."
느릿느릿 차분하게 풀어내는 그 나름의 연기 이야기를 들으며 '드림하이1'의 '송삼동'도 '해품달'의 '이훤'도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데뷔 당시의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요. 그 당시에는 정말 겁 없이 연기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연기에 대한 겁이 많아졌죠. 하지만 그 두려움이 있어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기의 양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건 당연하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고민하지 않는다"는 남자 김수현. 그는 앞으로 딱 10년은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부딪쳐 보려고 한단다.
"많이 도전하고 경험을 쌓고 싶어요. 그래서 10년 뒤에는 (배우로서) 어떤 색깔이든 지금보다 훨씬 진하고 분위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가 내딛는 걸음걸음,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김수현 표' 장르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