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라운드」에 대비할 때(사설)

세계무역기구(WTO)는 내달 9일부터 13일까지 제1차 각료회의를 열고 우루과이 라운드협상 및 WTO협정의 이행상황을 점검한다. 이 회의에서는 세계통상질서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신통상의제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신통상의제는 부패 투자 노동 경쟁 환경 등의 정책을 국제교역질서에 연계시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이미 논의된 내용으로 WTO의 1백25개 전체 회원국에 대해 적용되는 규범으로 발전시킨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신통상의제의 내용은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우리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문은 부패라운드이다. 이번 WTO각료회의에서는 뇌물수수 관행을 막는 방안, 특히 정부조달 절차상의 투명성 확보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주로 뇌물수수의 형태로 자행되는 부패는 경제적인 측면으로는 가격교란, 공정경쟁의 저해, 투자왜곡 등의 문제를 야기할 뿐 아니라 국민의 도덕성을 마비시켜 국가의 존립자체를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부패문제는 세계 어느나라나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사회문제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부패구조는 최근 일련의 고위공직자들의 비리에서 나타났듯이 증상이 매우 심하다.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공신력이 위협받을 정도이다. 이미 고질화해서 치유가 불가능한게 아니냐는 자조가 번져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지난달 내놓은 「아시아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청렴도는 세계 27위로 조사대상 54개국중 중간수준이었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선진국일수록 청렴도가 높았다. 이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됐던 것은 뉴질랜드가 청렴도 1위를 기록한 점인데 이는 이 나라가 80년대 중반이후 공무원 수를 절반이하로 줄이는 등 규제완화를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는 사실이다. 부패를 막는 길은 부패가 파고드는 규제적이고 음습한 제도와 관행을 제거하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예에서 볼수 있듯이 부패의 온상을 도려내는데 개방화 자율화 규제철폐 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선진국에서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각종 부패방지제도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보공개법, 내부고발자 보호법, 예산부정방지법은 물론 부정의 소지가 있는 인물을 공직임명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청문제도의 도입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부정부패방지에 관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회기내에 처리돼야 할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식개혁이다. 부패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선진국진입은 물론 국가경쟁력 확보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모두가 깊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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