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따른 대책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건설업계가 `분양가 자율조정`으로 정부 돕기에 나섰다.
대형주택건설업체 모임인 한국주택협회는 9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신규 주택의 분양가를 협회 차원의 자율조정을 통해 결정키로 했다. 건설단체가 분양가 자율조정 등의 결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일선 거래시장은 곧 나올 정부의 추가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호가 상승세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는 않고 있으며 거래는 전면 올 스톱 된 상태.
이런 가운데 곧 나올 추가대책이 시장에서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면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주택건설 업계, 분양가 자율조정 카드 꺼내 = 협회가 분양가 자율조정 카드를 꺼낸 것은 주택ㆍ건설산업의 침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정부는 또 다른 고강도 카드를 꺼내고 결국 이것이 주택ㆍ건설산업의 극심한 불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건설업계는 외형상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수주물량 고갈, 공공부문 수익률 큰 폭 하락 등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태. 미래에 먹고 살 신수종 사업도 마땅히 없어 일부에선 주택건설업이 한계사업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분양가 자율조정 대상은 협회 소속 92개사가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건설ㆍ공급하는 주택으로 오는 12월에 청약접수를 받는 서울지역 11차 동시분양 때부터 분양가 자율조정을 첫 적용키로 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각 종 부동산 가격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주택건설업체 스스로 적정분양가 책정을 통해 가격 안정에 기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형업체가 분양가 인하에 나서면 시행사 등에도 영향을 미쳐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거래시장, 호가 상승세 굳건하지만 거래는 올 스톱 =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호가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으나 매수세는 뚝 끊겨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요자들이 정부의 추가대책을 지켜본 뒤 행동하기 위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
집주인 역시 매물을 내놓기 보다는 관망하는 분위기. 때문에 급매물의 출현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책에 의해 가격변동이 심한 강남구대치동 은마아파트는 31평형이 7억~7억4,000만원, 34평형이 8억2,000만~8억5,000만원에 현 시세대로 매물이 나와있다.
대치동 G공인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추가대책 검토 영향으로 2주전부터 거래가 사실상 실종 상태”라며 “매물도 별로 없지만 매수자도 없어 거래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도 “당분간은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부동산시장을 전망하기가 어려워 앞으로 나올 정부의 추가 대책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향후 발표될 추가대책이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할 경우 오히려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초동 L공인의 김모씨는 “시장에서 곧 나올 추가대책을 우습게 여기면 곧 바로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추가 대책 강도에 따라 강남권 등의 주택시장은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담보대출 축소, 재산세 인상 등의 조치가 무주택 및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문병도기자,이혜진기자 has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