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신경전 '점입가경'
PDP TV 신기술 싸고
심희정 기자 yvette@sed.co.kr
PDP TV 신기술을 둘러싸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촉즉발의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갈등은 '기술 진위 논란'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감정싸움을 넘어 '명예회복 전쟁'의 성격을 띨 가능성도 농후해 보인다.
양사는 지난 2006년 10월 홍보 수장들이 만나 서로 헐뜯지 말자는 신사협정을 맺은 후 그동안 가급적 충돌을 피해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명암비 100만분의1을 구현하는 PDP TV 신기술을 발표하자 LG전자 측이 "그 기술은 시현하기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대리점 영업사원 교육용 자료를 만들어 배포, 논란이 점화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이 교육자료에서 삼성 TV의 디자인 개발능력도 문제 삼아 다소 도가 지나쳐 보이는 표현을 동원해 물의를 빚었다.
이 소식을 접한 삼성전자는 "어이가 없다"며 4일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연구소 개발실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제품 시연회를 열기로 했다. 소송도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업계 1위 업체답게 엔지니어들이 차분하게 PDP TV 신기술을 보여주는 걸로 대응수위를 낮췄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가 메가(100만분의1) 명암비를 구현하기 위해 상용화한 기술은 '셀 라이트 컨트롤' 방식. 어두운 영상이 들어왔을 때 영상이 완전히 꺼지면서 순간적으로 스크린을 블랙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삼성전자 측은 "AV(Audio & Video) 전문가들 앞에서 기술적인 실험을 명백히 시현했고 AV 전문가들도 현장에서 두 눈으로 목격한 체험기를 블로그에 올렸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의 파나소닉도 이미 개발한 기술로 세계 PDP TV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이 모두 개발하고 있는데 무슨 시대에 맞지 않는 소리냐"며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까지 LG전자 측은 영업사원 교육자료가 일부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삼성전자가 신기술이라고 발표한 명암비에 대해서는 여전히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향후 이를 놓고 양사 간 치열한 기술논쟁이 예상된다.
LG전자 측은 "정지한 화면일 때를 나타내는 '실질 명암비'냐, 움직이는 화면일 때의 '동적 명암비'냐를 뚜렷이 밝히지 않은 채 숫자만 부각시키면 소비자들의 판단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말하는 '명암비 100만분의1' 기술은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3만 대 1로 통하는 실질 명암비가 아니라 동적 명암비를 내세운 것"이라고 비판한 뒤 "기준과 인위적인 조건에 따라 명암비는 사실상 1,000만 대 1까지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