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3일간 전남 영암은 세계 모터스포츠의 수도(首都)가 된다.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인 F1(포뮬러원) 그랑프리가 열리기 때문이다. F1 월드챔피언십은 전세계 20곳을 돌며 레이스를 치르는데 코리아 그랑프리는 16번째 막바지 라운드로 펼쳐진다. 대회장인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의 직선 구간에서는 최고 시속 320㎞까지 찍힌다.
F1 그랑프리에는 12팀에서 총 24명의 드라이버가 출전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드라이버는 2명으로 압축된다. 주인공은 각각 스페인과 독일의 국민 영웅인 페르난도 알론소(31∙페라리)와 제바스티안 페텔(25∙레드불). 페텔이 직전 라운드인 일본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면서 둘의 시즌 챔피언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코리아 그랑프리는 F1 63년 역사에 길이 남을 '세기의 결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000만유로의 사나이 VS 독일의 자존심=알론소는 연봉 추정치가 3,000만유로(약 429억원)로 F1 드라이버들 중 최고로 높다. 지난 2003년 데뷔해 시즌 챔피언 두 차례(2005∙2006년)에 개별 그랑프리 우승만 30번을 했으니 천문학적 연봉이 아깝지 않다. 알론소가 전통의 강자라면 페텔은 차세대 황제다. 데뷔 이듬해인 2010년 시즌 챔피언에 오르더니 지난해에도 왕좌를 지켰다. 23세 135일의 역대 최연소 시즌 챔피언 기록을 보유한 페텔은 최연소 관련 기록만 10개가 넘는다. 시즌 챔피언 7차례를 자랑하는 'F1 황제' 미하엘 슈마허(43∙메르세데스∙독일)가 올 시즌을 끝으로 완전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F1 대표 강국 독일의 미래는 페텔이 짊어지고 있다.
15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알론소가 194점으로 1위, 페텔이 190점으로 2위다. 3위 키미 라이코넨(157점)과의 격차는 꽤 큰 편. 그랑프리 포인트는 1~10위까지 25∙18∙15∙12∙10∙8∙6∙4∙2∙1점이기 때문에 알론소의 굳히기와 페텔의 대역전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 15라운드에서 사고로 레이스를 중도 포기했던 알론소는 "이번에는 페텔에게 불운이 찾아갈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며 그것이 모터스포츠"라고 말했다.
◇오빤 영암스타일=이번 대회에서 24명의 드라이버들만큼이나 주목 받을 스타는 바로 '월드스타' 싸이다. 싸이는 오는 14일 결선 레이스 직후인 오후6시 서킷에 마련된 상설 공연장에서 '강남스타일' 등 대표곡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일권이나 일요일권을 소지한 입장객은 무료로 공연을 볼 수 있다. 싸이는 레이스 종료를 알리는 '체커 플래그'도 직접 흔든다. F1 공식 홈페이지(www.formula1.com)는 코리아 그랑프리 소개 글의 제목을 아예 '영암스타일(Yeongam style)'이라고 달아놓았다.
바퀴 나와있는 1인승 경주차 F1(포뮬러원)은 바퀴가 외부로 노출돼 있는 1인승 경주차를 말한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이 경주차는 '머신'으로 불리며 판매를 가정한 대당 가격이 100억원에 이른다. 정지 상태에서 2.4초 만에 시속 100㎞에 이르고 최고 시속 360㎞ 이상을 찍기도 한다. 이 '괴물'들이 8개월 동안 전세계를 누비며 경쟁하는 대회 체계를 F1 월드챔피언십, 각각의 대회들을 그랑프리라고 부른다. 한 팀의 1년 운영비가 최대 4,000억원, 연간 관중 400만명, TV 시청자 6억명에 이르는 F1 월드챔피언십을 올림픽∙월드컵과 맞먹는 이벤트로 보기도 한다. 우승상금은 따로 없으며 대신 시즌 종료 뒤 각 팀에 배당금이 주어진다. 우승팀의 배당금은 보통 1억달러(약 1,100억원)가 넘는다. 코리아 그랑프리는 7년 계약 중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수익구조상의 한계로 첫해 725억원, 지난해 598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그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조직위원회를 운영하는 전라남도는 F1 전체를 주관하는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와의 TV 중계권료 협상과 운영비 절감, 국비 확보 등으로 올해 적자를 200억원 수준에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지난해 3일간 16만여명이 다녀간 코리아 그랑프리는 올해 관중 20만명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