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건' 실업률 급브레이크… "美 경제회복 청신호"

■ "美경기침체 곧 끝날것" 낙관론 확산
소비등 개선 기대감에 AIG 흑자전환도 호재로
보잉등 기업들 감원 여전… "지나친 속단 금물" 경계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미국의 실업률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미국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및 주택 경기 지표 호전 등으로 향후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한결 완화되기는 했지만 실업률이 꺾일 줄 모르면서 고용 불안은 미국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왔다. 그랬던 만큼 7월 실업률 하락 소식은 미국 경제를 휘감고 있는 불투명성이 걷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미경제조사국(NBER)의 위원인 제프리 프랭클 하버드대 교수가 “올 7월에 경기침체가 끝났을 수도 있다”고 진단한 것도 그만큼 고용 불안이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이 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알랜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도 “올 여름 경기침체가 마무리되고 있는 것 같다”며 “고용 측면에서 보면 아직 경기는 여전히 하강하고 있지만 매우 느린 속도가 됐다”고 말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그간 고용 불안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침체와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미국 경제의 회생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간주돼왔다. 따라서 이번 실업률 감소는 미국 경제를 옥죄던 문제들을 일거에 해소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ㆍ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ㆍ나스닥지수 등 3대 지수가 모두 1% 이상 급상승하며 7월 실업률 개선 소식에 화답했다. 7월 평균 노동시간이 증가한 점도 향후 고용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면서 “7월 민간 부문 근로자들의 주당근로시간은 0.1시간 늘었고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는 0.3시간이 증가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조업 최고경영자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경영 컨설팅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평균 시가총액 80억달러 이상의 제조 대기업 60개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3%가 ‘향후 12개월의 세계 경기를 낙관한다’고 밝혔다. 이는 3개월 전 조사 때에 비해 세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AIG의 흑자전환 소식도 회복 추세의 미국 경제에 든든한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AIG의 실적호전에 대해 증시와 신용시장 회복 등으로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진단했다. 더욱이 공적 자금 투입으로 간신히 파산을 면할 만큼 부실덩어리였던 AIG가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금융기관의 실물 경제 지원 기능도 보다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비 침체와 기업들의 감원이 계속되고 있어 경기회복을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올 6월까지 1년간 미국인들의 임금은 전년 대비 4.7% 줄어 지난 1960년 이후 최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소비가 기대와는 달리 좀체 살아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여건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통신기업인 버라이존이 올 하반기에 8,000명, 항공사인 보잉은 1만명을 감원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업들의 구조조정 작업도 지속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감원을 계획 중인 기업 경영자의 발언을 인용, “지금은 여전히 어렵고 도전적인 시기”라며 “실업률이 오는 2010년 하반기까지도 상승할 수 있다”는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상기시켰다. 백악관도 향후 경제 운용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자칫 상황이 다시 악화되지 않을까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7월 실업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올해 말께 실업률이 10%를 돌파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우려감을 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 정부로서는 7월 한달의 고용지표만으로 고용시장의 안정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과 함께 실업률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해도 체감경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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